푸틴 대통령, 우크라의 가스공급가 인하 요구 거절
우크라는 러' 주도 관세동맹 참여에 유보 입장 밝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가스 담판'이 실패로 끝났다.

러시아 유력 일간 '이즈베스티야' 등에 따르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푸틴 대통령은 야누코비치 대통령과 양국 관계의 오랜 걸림돌인 러시아산 가스의 우크라이나 공급가 인하 문제를 논의했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 결렬된 가스 담판 = 푸틴 대통령은 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스 공급가 인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스 문제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밝히면서 "양국이 합의하지 못한 문제들이 남아있지만 앞으로 합의를 이루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회담 하루 전 이즈베스티야와의 인터뷰에서 "현 가스 계약은 우크라이나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이라며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가스 문제와 관련한 해결책이 나오길 기대한다는 뜻을 표시했었다.

러시아 가스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빅토르 유셴코 전(前) 정권 시절인 지난 2009년 러시아와 체결한 장기(10년) 계약서 상의 가스 공급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돼 있다며 이를 인하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1천㎥당 400~450 달러 수준인 가스가격을 250달러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국제 유가에 연동된 이같은 가스 가격이 역시 러시아 가스를 수입하는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서도 크게 비싼 것이라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지금까지 계약서에 규정된 수준의 가격 지불을 고수하며 우크라이나의 가스 생산 및 운송을 책임지는 국영가스회사 '나프토가스' 지분 50%를 러시아에 넘기거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가 주도하는 관세동맹에 참여할 경우에만 가스 공급가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우크라이나는 이달 정상회담에서 러시아가 내세운 두 가지 요구 조건에 대해 모두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 우크라는 관세동맹 참여 거부 = 야누코비치 대통령은 아직 우크라이나는 관세동맹에 참여할 생각이 없으며 관세동맹과 부문별로 협력해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옛 소련권의 관세동맹 대신 유럽연합(EU) 가입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옛 소련 '형제국'인 러시아와의 관계를 고려해 어쩔 수 없이 생각해낸 고육책이다.

야누코비치는 "우리는 관세동맹 참여 제안에 완전히 '노(No)'라고 답하는 것은 아니며 통합 과정을 면밀히 연구하고 있다"며 "관세동맹 내에서 일어나는 일과 EU 내에서 일어나는 일은 서로 보완 관계에 있으며 모든 통합은 이익을 가져다 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어렵게 설명했다.

러시아는 현재 옛 소련권 국가들을 끌어모아 하나의 거대한 경제연합체를 창설하는 정책을 적극 추진해나가고 있다.

올해 초부터 러시아-벨라루스-카자흐스탄 등 3국이 참여하는 관세동맹(단일경제공동체.CES)을 본격 출범시켰고, 2015년까지 이를 확대해 다른 옛 소련 국가들이 추가로 참여하는 '유라시아경제연합(EEU)'로 확대시켜나갈 계획이다.

러시아는 옛 소련권 경제통합 과정이 힘을 얻으려면 소련권 주요 국가인 우크라이나의 관세동맹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설득을 계속하고 있으나 EU 가입을 국가장기발전 목표로 설정한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미온적이다.

이 문제와 관련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든 국가는 스스로의 이익과 손실을 계산해야 하며 (관세동맹 참여가) 이로운지 아닌지를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며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이해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벨라루스는 관세동맹에 참여함으로써 국내총생산(GDP)이 16%나 늘어났다"며 은근히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가했다.

푸틴과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이날 정상회담은 1945년 윈스턴 처칠 영국 수상과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 등이 2차대전 종전 방안을 논의했던 크림반도 얄타의 리바디스키궁에서 열렸다.

푸틴 대통령은 야누코비치와의 회담에 3시간 이상 늦게 참석했다.

푸틴은 정상회담 장으로 가는 도중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 있는 오토바이 동호회 모임인 바이커 클럽 '노치니예 볼키(밤의 늑대들)'에 들렀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