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경제 분야 최고 싱크탱크로 꼽히는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중국 한국 태국 러시아 등 20개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했다. 이들 국가에는 벌칙으로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12일(현지시간) ‘환율 조작과의 전쟁’이란 보고서를 통해 “2001년 이후 환율 조작이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면서 “특히 개발도상국과 새로 선진국에 진입한 나라에서 두드러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 국가의 환율 조작으로 인해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지난 11년 동안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며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무역기구(WTO)가 환율조작국에 관세 부과 등 강경한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소는 △외환보유액이 6개월치 수입액 이상(IMF 권고안은 3개월치)이며 △2001~2011년 평균 경상수지가 흑자를 보였고 △지난 10년간 외환보유액이 늘어난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조지프 가뇽 선임연구원은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각국 정부들이 연간 1조5000억달러의 자금흐름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들 정부가 환율 조작 대신 내수 확대 정책으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추진했더라면 미국과 유럽에서 수백만명의 일자리가 생겼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미국 재무부는 반기마다 발표하는 주요국 통화정책보고서에서 중국 정부의 위안화 저평가 정책을 지적하면서도 정작 환율조작국으로는 지정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보고서에서도 “위안화 환율 추이를 계속 예의주시하겠다”며 “중국 당국이 보다 유연한 환율정책을 도입하도록 종용할 것”이라고 했을 뿐이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것은 1994년이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