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도 모릅니다. 쉬쉬할 뿐이죠. 어떻게든 캠프는 굴러가게 해야 하니까요. 돈이 어떻게 충당되는지 아는 이는 두세 명뿐이에요.”(박근혜 후보 캠프 관계자)

여의도 정가엔 불문율이 하나 있다. “대선 후보는 돈과 무조건 떼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신경 쓸 게 많은 후보에게 ‘살림’까지 부담을 줘선 안 된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대선자금 문제가 나중에 불거질 경우에 대비한 일종의 사전 방화벽 성격이다. 캠프 내 실세의 역할이 중요한 건 그래서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캠프는 ‘비용을 최소화하자’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실 규모와 인력도 2007년 경선 때의 3분의 1로 ‘다운사이징’했고 캠프 내 회식도 최대한 줄였다. 내실 있는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순회경선을 반대한 것도 이런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한 측근은 12일 “당내 경선에서 돈을 쓸 요인은 별로 없다”며 “임대료 등 고정비용을 빼고는 모두 줄여 ‘본게임’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대선 본선비용을 차입해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후보가 모을 수 있는 한도액은 18대 대선 비용 상한선(559억7700만원)의 5% 이내인 27억9885만원에 불과하다. 당 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어차피 선거를 치르려면 돈을 차입할 수밖에 없다”며 “담보도 마땅치 않아 저축은행 등에서 돈을 빌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각 후보 캠프도 자금사정이 넉넉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민주통합당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는 현재 △후보자 사비 △후원금 △자원봉사자 자비 등으로 필요한 돈을 조달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이겨 본선에 진입하면 공개 펀드 모집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0년 지방선거 당시 시도했던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캠프 관계자는 “문 후보는 본선에 가면 국고보전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펀드를 설정해 일반에 매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수익률은 정기예금 이자율 정도지만 야권 지지자들이 일반적인 후원금과는 달리 원금에 이자까지 받을 수 있어 무난히 목표액을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손학규 후보 캠프에서는 최대한 법정 보전 한도를 지키며 필요한 지출만 집행하고 있다. 손 캠프 관계자는 “손 후보는 경기지사 선거 시절부터 돈 안 드는 선거에 익숙해져 있다”며 “꼭 필요한 항목들만 법정 보전 한도에 맞춰 지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토바이 퀵서비스 등 세금계산서를 끊을 수 없는 것들은 어쩔 수 없이 손 고문의 개인 부담으로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두관 후보 측은 그를 지지하는 국회의원과 캠프 관계자들의 사비로 일단 활동 자금을 충당하고 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자신이 운영하던 개인회사 지분을 정리해 ‘투자금’을 마련했다. 한 핵심 측근은 “여러 개의 외곽그룹은 캠프의 지원 없이 스스로 굴러가는 상황”이라며 “각 지지자들이 스스로 돈을 모아 각종 행사나 모임에 필요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이호기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