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접대부'가 되고 싶은 청춘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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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서 인기 직업 '부상'…'즐겁게 벌 수 있어서'
술집 아가씨가 인기 직업으로 떴다. 접대부·호스티스(Hostess)를 꿈꾸는 아가씨의 대량 출현이다. 20세 전후 일본 여성에겐 붐에 가깝다. 징후는 많다. 서점엔 전·현직 접대부가 쓴 자기 계발서와 연애서가 상당수에 이른다. TV엔 접대부가 열연하는 드라마가 흘러나오고 예능 프로그램엔 멤버로 등장한다. 접대부가 등장하는 잡지도 수두룩하다. 이들에게 배우는 불황 대처법, 판매 촉진법 등 비즈니스 팁까지 유행이다. 이들이 선곡한 CD까지 인기리에 팔려나간다. 일부는 “접대부가 라이프스타일의 모델이 됐다”고도 본다.
‘멋지고 즐거운 일’이란 이미지의 확대재생산이다. 패스트푸드점의 아르바이트처럼 경험해 보려는 예비 후보가 넘쳐흐른다. 여대생에서부터 직장 여성들까지 포함된다. 명문 도쿄대를 나온 접대부도 있다. 접대부 이력을 고백한 현직 국회의원도 있다. 먹고살기 힘들어 선택한 불가피한 직업이란 인식은 사라졌다.
통칭 ‘카바조’다. ‘카바레+클럽+아가씨’의 합성어다. 비교적 고급 클럽의 접대 여성을 일컫는다. 술을 따르고 대화하는 상대다. 매춘과는 거리가 멀다. 신체 접촉도 불가다. 그래도 예전엔 거리감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술장사의 한계였다. 지금은 아니다. 부정적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저항감은 특히 없다. “돈이 되거나 예뻐질 수 있기에” 혹은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 접대부가 되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일부에겐 동경의 대상이다. 기회는 많다. 모집 공고는 인터넷에 깔려 있다. 방법은 쉽다. 취업부터 영업·퇴직까지 휴대전화 하나면 해결된다. 반면 야쿠자와 빚 등 밤의 세계를 지배하던 부담감은 옅어졌다.
접대부의 인기 비결은 복합적이다. 대전제는 저성장·고령화·개인화·배금주의 등 시대 조류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우선 미디어의 영향으로 술장사에 대한 저항감이 약해졌다. 버블 붕괴로 지금 즐거우면 좋다는 현실·향락지향적인 가치관이 늘었다. 자기 승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대인 서비스업의 매력 증가도 원인이다. 가족 붕괴로 전업주부의 취업 압박이 늘어난 것도 뺄 수 없다.
이 와중에 남성 의존성이 약화된 반면 여성의 자립 의식은 강화됐다. 즉 격차 확대와 젠더프리(Gender Free), 이혼 증가 등 다양한 사회 배경과 맞물린 청년 그룹의 가치관의 대전환 결과다. 여성 접대부 붐에서 현대 일본의 전환 양상과 장수 사회의 미래 풍경이 엿보이는 배경이다. 여성의 고용 악화가 한몫해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고용 악화다. 대졸 여성조차 희망 직장의 정규직이 힘든 시대 상황이 접대부 대량 양산의 원인이다. 고졸 여성이면 불문가지다. 취업해도 악조건이 붙는다. 지방 거주자면 더 그렇다. 또 남성에게 기대는 건 체질적으로 불허다. 주변엔 여성 눈높이에 조응하는 충분한 소득을 올리는 남성도 줄었다.
고용 악화 속 자립 직업을 찾을 수밖에 없다. 물론 20대 여성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활황 업종이 있다. 복지 산업이다. 다만 이쪽은 일에 비해 급료가 싸고 고용 환경이 나쁘다. 이때 접대부라는 선택 카드가 등장한다. 통계로 확인해 보자. 미우라 아쓰시(三浦展)의 ‘여자는 왜 카바조가 되고 싶을까’란 책에 설문 결과가 있다.
15~22세 일본 여성의 설문 조사를 보면 접대부가 되고 싶다는 응답이 상당히 높다. 선호 직업 9위에 접대부(카바조·호스티스)가 랭크됐다. 전체(복수 응답)의 22.3%를 얻었는데 5명 중 1명꼴이다. 선호 직업으로 손꼽히는 직장 여성(14위)과 공무원(18위)보다 상위였다. 이는 의외의 결과다.
이유는 선택 항목 때문이다. 선호 직업을 묻는 일반 조사 항목엔 가수·아티스트(네일)·댄서 등은 물론 접대부 직종이 없어서다. 모든 종류의 직업을 총망라한 조사 결과이기에 신뢰도는 더 높다. 이유를 물었더니 53.8%가 ‘즐겁게 벌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세분화해 ‘즐겁게 벌고 싶다’는 응답자의 희망 직업 중엔 접대부가 2위에 올랐다. 1위(57.3%)인 경영자(사장)와 엇비슷했다. ‘성생활을 즐기기 위해’라는 응답(25.5%)도 적지 않다.
특이한 건 접대부 선호 여성이 평범하며 정상적이란 점이다. ‘접대부=직장 여성’과 겹쳐서다. 접대부가 되고 싶은 여성이나 직장 여성이 되고 싶은 여성이 같다. 직장 여성은 대부분 비정규직의 저액 연봉자다. 청춘 여심 특유의 미용·패션 지출을 맞추기 힘든 빠듯한 살림살이다. 이 고민이 접대부란 직업에서 해결된다. 정규직 여직원조차 여고 졸업생과 비슷하게 접대부 희망 비율(30%)이 높다.
인터뷰를 보면 이들은 물장사를 잠깐의 직업으로 본다. 미용 전문직으로의 전업 욕구도 높다. 은퇴 후 전업주부로 살겠다는 응답도 많다. 학생으로 아르바이트 중인 사람은 학비 벌충이 최대 이유였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56%(2010년)에 달해 학비 부담이 상당하다. 부모 수입으로는 돈이 모자라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 이때 일시적 접대부는 유력 선택지다.
접대부를 꿈꾸는 20세 전후 일본 여성은 Z세대의 전형이다. 이는 미국에서 고안된 마케팅 개념인 X세대에서 파생된 세대 개념이다. 1970년대 태어난 베이비부머의 자녀가 X세대인 반면 Z세대는 1985~1991년 출생 세대를 지칭한다. 이들은 전통 가치관을 완전히 용해시켰다. 선배 세대가 보기엔 이상한 아이들이다.
이들은 대개 절망적이고 우울하다. 태어나 처음으로 맞닥뜨린 게 버블 붕괴라는 슬픈 현실이다. 위축된 유년기를 보내며 아버지는 구조조정, 형은 프리터가 되는 현실을 봤다. 이 때문에 절약 지향적인 생활 습관이 강하다. 쇼핑에 미숙하며 외출보다 집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주거 환경에 천착하는 내성적인 이미지도 특징이다. 주체성을 갖고 도전하기보다 세파에 얹혀사는 게 편하다는 것도 체감했다.
평균 월수입 32만 엔이나 돼
또 젠더프리 교육 덕에 Z세대 여성은 남녀 동권을 지향한다. 남성 같은 성격을 지닌 여성이 현저히 증가했다. 여성스러움은 결코 지향 목표가 아니다. 성차별 단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지향성은 선배 세대와 구분된다.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남성이 ‘용모에 자신 있는 경우(61.6%)’인 반면 여성은 ‘공부를 좋아하는 경우(52.3%)’가 대부분이다.
전통 가치관이라면 바뀌는 게 맞다. 버블 때만 해도 용모에 자신 있는 여대생이 종합상사에 취업, 엘리트 샐러리맨과 결혼해 전업주부로 사는 코스가 희망 사항이었던 것과는 격세지감이다. 그렇다면 접대부의 수입 상황은 어떨까.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 대상자(28명)의 평균 월수입은 32만 엔으로 조사됐다. 1위는 전업 접대부로 월 120만 엔을 번다.
낮에 다른 일을 하고 밤에 잠깐 일하는 겸업의 경우에도 평균 29만 엔을 웃돈다. 낮에 일하는 본업 수입(평균 월봉 18만 엔)까지 합하면 47만 엔에 육박하는 고수준이다. 연봉으론 600만 엔 이상이다. 이 정도면 동년배 남성이 결코 벌어들이기 힘든 고액이다. 30대 미만의 남녀 수입 역전 현상(남 21만5515엔, 여 21만8156엔)과 무관하지 않다(2010년).
시급으로는 최저 2000엔이다. 고객 지명을 받으면 더 받는다. 소비 행태는 비교적 건실하다. 사치성 소비지출은 의외로 적다. 인터뷰 대상자 중 절반은 저축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노후 대비용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부모 생활비까지 대기도 한다.
전영수 <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
술집 아가씨가 인기 직업으로 떴다. 접대부·호스티스(Hostess)를 꿈꾸는 아가씨의 대량 출현이다. 20세 전후 일본 여성에겐 붐에 가깝다. 징후는 많다. 서점엔 전·현직 접대부가 쓴 자기 계발서와 연애서가 상당수에 이른다. TV엔 접대부가 열연하는 드라마가 흘러나오고 예능 프로그램엔 멤버로 등장한다. 접대부가 등장하는 잡지도 수두룩하다. 이들에게 배우는 불황 대처법, 판매 촉진법 등 비즈니스 팁까지 유행이다. 이들이 선곡한 CD까지 인기리에 팔려나간다. 일부는 “접대부가 라이프스타일의 모델이 됐다”고도 본다.
‘멋지고 즐거운 일’이란 이미지의 확대재생산이다. 패스트푸드점의 아르바이트처럼 경험해 보려는 예비 후보가 넘쳐흐른다. 여대생에서부터 직장 여성들까지 포함된다. 명문 도쿄대를 나온 접대부도 있다. 접대부 이력을 고백한 현직 국회의원도 있다. 먹고살기 힘들어 선택한 불가피한 직업이란 인식은 사라졌다.
통칭 ‘카바조’다. ‘카바레+클럽+아가씨’의 합성어다. 비교적 고급 클럽의 접대 여성을 일컫는다. 술을 따르고 대화하는 상대다. 매춘과는 거리가 멀다. 신체 접촉도 불가다. 그래도 예전엔 거리감이 있었다. 어쩔 수 없는 술장사의 한계였다. 지금은 아니다. 부정적 이미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저항감은 특히 없다. “돈이 되거나 예뻐질 수 있기에” 혹은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 접대부가 되려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일부에겐 동경의 대상이다. 기회는 많다. 모집 공고는 인터넷에 깔려 있다. 방법은 쉽다. 취업부터 영업·퇴직까지 휴대전화 하나면 해결된다. 반면 야쿠자와 빚 등 밤의 세계를 지배하던 부담감은 옅어졌다.
접대부의 인기 비결은 복합적이다. 대전제는 저성장·고령화·개인화·배금주의 등 시대 조류와 밀접한 연관을 갖는다. 우선 미디어의 영향으로 술장사에 대한 저항감이 약해졌다. 버블 붕괴로 지금 즐거우면 좋다는 현실·향락지향적인 가치관이 늘었다. 자기 승인 욕구를 충족시키는 대인 서비스업의 매력 증가도 원인이다. 가족 붕괴로 전업주부의 취업 압박이 늘어난 것도 뺄 수 없다.
이 와중에 남성 의존성이 약화된 반면 여성의 자립 의식은 강화됐다. 즉 격차 확대와 젠더프리(Gender Free), 이혼 증가 등 다양한 사회 배경과 맞물린 청년 그룹의 가치관의 대전환 결과다. 여성 접대부 붐에서 현대 일본의 전환 양상과 장수 사회의 미래 풍경이 엿보이는 배경이다. 여성의 고용 악화가 한몫해
가장 중요한 이유는 고용 악화다. 대졸 여성조차 희망 직장의 정규직이 힘든 시대 상황이 접대부 대량 양산의 원인이다. 고졸 여성이면 불문가지다. 취업해도 악조건이 붙는다. 지방 거주자면 더 그렇다. 또 남성에게 기대는 건 체질적으로 불허다. 주변엔 여성 눈높이에 조응하는 충분한 소득을 올리는 남성도 줄었다.
고용 악화 속 자립 직업을 찾을 수밖에 없다. 물론 20대 여성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활황 업종이 있다. 복지 산업이다. 다만 이쪽은 일에 비해 급료가 싸고 고용 환경이 나쁘다. 이때 접대부라는 선택 카드가 등장한다. 통계로 확인해 보자. 미우라 아쓰시(三浦展)의 ‘여자는 왜 카바조가 되고 싶을까’란 책에 설문 결과가 있다.
15~22세 일본 여성의 설문 조사를 보면 접대부가 되고 싶다는 응답이 상당히 높다. 선호 직업 9위에 접대부(카바조·호스티스)가 랭크됐다. 전체(복수 응답)의 22.3%를 얻었는데 5명 중 1명꼴이다. 선호 직업으로 손꼽히는 직장 여성(14위)과 공무원(18위)보다 상위였다. 이는 의외의 결과다.
이유는 선택 항목 때문이다. 선호 직업을 묻는 일반 조사 항목엔 가수·아티스트(네일)·댄서 등은 물론 접대부 직종이 없어서다. 모든 종류의 직업을 총망라한 조사 결과이기에 신뢰도는 더 높다. 이유를 물었더니 53.8%가 ‘즐겁게 벌 수 있어서’라고 답했다. 세분화해 ‘즐겁게 벌고 싶다’는 응답자의 희망 직업 중엔 접대부가 2위에 올랐다. 1위(57.3%)인 경영자(사장)와 엇비슷했다. ‘성생활을 즐기기 위해’라는 응답(25.5%)도 적지 않다.
특이한 건 접대부 선호 여성이 평범하며 정상적이란 점이다. ‘접대부=직장 여성’과 겹쳐서다. 접대부가 되고 싶은 여성이나 직장 여성이 되고 싶은 여성이 같다. 직장 여성은 대부분 비정규직의 저액 연봉자다. 청춘 여심 특유의 미용·패션 지출을 맞추기 힘든 빠듯한 살림살이다. 이 고민이 접대부란 직업에서 해결된다. 정규직 여직원조차 여고 졸업생과 비슷하게 접대부 희망 비율(30%)이 높다.
인터뷰를 보면 이들은 물장사를 잠깐의 직업으로 본다. 미용 전문직으로의 전업 욕구도 높다. 은퇴 후 전업주부로 살겠다는 응답도 많다. 학생으로 아르바이트 중인 사람은 학비 벌충이 최대 이유였다.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56%(2010년)에 달해 학비 부담이 상당하다. 부모 수입으로는 돈이 모자라 아르바이트를 할 수밖에 없다. 이때 일시적 접대부는 유력 선택지다.
접대부를 꿈꾸는 20세 전후 일본 여성은 Z세대의 전형이다. 이는 미국에서 고안된 마케팅 개념인 X세대에서 파생된 세대 개념이다. 1970년대 태어난 베이비부머의 자녀가 X세대인 반면 Z세대는 1985~1991년 출생 세대를 지칭한다. 이들은 전통 가치관을 완전히 용해시켰다. 선배 세대가 보기엔 이상한 아이들이다.
이들은 대개 절망적이고 우울하다. 태어나 처음으로 맞닥뜨린 게 버블 붕괴라는 슬픈 현실이다. 위축된 유년기를 보내며 아버지는 구조조정, 형은 프리터가 되는 현실을 봤다. 이 때문에 절약 지향적인 생활 습관이 강하다. 쇼핑에 미숙하며 외출보다 집에서 데이트를 즐긴다. 주거 환경에 천착하는 내성적인 이미지도 특징이다. 주체성을 갖고 도전하기보다 세파에 얹혀사는 게 편하다는 것도 체감했다.
평균 월수입 32만 엔이나 돼
또 젠더프리 교육 덕에 Z세대 여성은 남녀 동권을 지향한다. 남성 같은 성격을 지닌 여성이 현저히 증가했다. 여성스러움은 결코 지향 목표가 아니다. 성차별 단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지향성은 선배 세대와 구분된다. 미래를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남성이 ‘용모에 자신 있는 경우(61.6%)’인 반면 여성은 ‘공부를 좋아하는 경우(52.3%)’가 대부분이다.
전통 가치관이라면 바뀌는 게 맞다. 버블 때만 해도 용모에 자신 있는 여대생이 종합상사에 취업, 엘리트 샐러리맨과 결혼해 전업주부로 사는 코스가 희망 사항이었던 것과는 격세지감이다. 그렇다면 접대부의 수입 상황은 어떨까. 책에 등장하는 인터뷰 대상자(28명)의 평균 월수입은 32만 엔으로 조사됐다. 1위는 전업 접대부로 월 120만 엔을 번다.
낮에 다른 일을 하고 밤에 잠깐 일하는 겸업의 경우에도 평균 29만 엔을 웃돈다. 낮에 일하는 본업 수입(평균 월봉 18만 엔)까지 합하면 47만 엔에 육박하는 고수준이다. 연봉으론 600만 엔 이상이다. 이 정도면 동년배 남성이 결코 벌어들이기 힘든 고액이다. 30대 미만의 남녀 수입 역전 현상(남 21만5515엔, 여 21만8156엔)과 무관하지 않다(2010년).
시급으로는 최저 2000엔이다. 고객 지명을 받으면 더 받는다. 소비 행태는 비교적 건실하다. 사치성 소비지출은 의외로 적다. 인터뷰 대상자 중 절반은 저축을 하고 있는데 대부분 노후 대비용으로 조사됐다. 일부는 부모 생활비까지 대기도 한다.
전영수 <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