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재원 마련vs10조 유보지 노림수

정부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지분 일부를 매각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즉각 시민 단체는 물론 여야가 반대 의사를 밝혔고 전국 곳곳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인터넷상에는 출처가 불분명한 의혹들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논란은 지난 6월 26일 기획재정부가 ‘공공 기관 선진화 계획’이라는 자료에서 인천공항공사의 지분 49% 매각을 위한 관련 법 개정안을 19대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이미 인천공항 지분 매각 관련 법 개정은 18대 국회에서 무산된 바 있다. 18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고 여야는 지난해 말 예산안 심의에서 1차 지분 매각 예상 수입(4300억 원)을 빼버리는 초강수로 매각안을 좌초시켰었다. 그런데 정부가 다시 한 번 늦어도 정기국회(9월) 전에는 개정안을 올릴 방침이라고 밝히면서 법 개정을 다시 추진한다고 나섰다.

기획재정부는 지배 구조를 선진화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분 매각이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산업은행·IBK기업은행·우리금융지주 등 정부가 공언했던 공기업 민영화 계획은 대부분 현 정부 임기 안에 마무리되기 힘든 상황에서 인천공항공사라도 법 재상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는 의지다.



시민단체·정치권 반대 ‘한목소리’

정부가 인천국제공항 지분 매각을 재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사실이 알려지자 반대 반응이 빠르게 나타났다. 시민 단체들이 반대 서명을 발표했고 인터넷에서 인천공항 매각 반대 서명운동까지 일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6월 27일 발표한성명에서 “정부가 공항의 지분 매각을 통해 국민이 얻게 될 이득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하고 있고 민영화 이후에도 변하지 않을 독점 구조로 발생하는 각종 비용과 수수료 상승에 따른 국민적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지역 시민 단체와 인천시·인천시의회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 단체인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는 보도 자료를 통해 “인천공항 매각 시도는 MB 정부가 정권 말기에 사재를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게 한다”며 “매각 계획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인천연대는 “지역의 정당·시민사회·종교·학계 등 모든 시민들과 함께 ‘인천공항 민영화 저지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천시도 지난 6월 27일 송영길 시장 주재로 긴급대책회의를 연 뒤 “인천공항 매각을 반대한다”는 공식 견해를 발표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구분 없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새누리당 친박 조원진 의원은 트위터에 ‘(여당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것도 아니고…. 이 문제는 다음 정권으로 넘겨야 한다’고 밝혔다. 진영 정책위 의장도 “작년 이후 정부와 지분 매각을 논의한 바 없다. (지분 매각 재추진은)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훈 최고위원은 “(정부가) 왜 저러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6월 2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임기 6개월을 남긴 정부가 끝까지 나라 살림을 털어먹고 가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정부는‘잘나가는 공기업’을 왜 민영화하려고 하는 것일까. 기획재정부가 밝힌 매각 이유는 간단한다. 치열한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선제적으로 지분을 매각해 기반 시설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부는 ‘인천공항은 높은 서비스 수준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허브 공항의 주요 지표인 환승률과 항공 노선 등에서 아시아 경쟁 공항에 뒤처지는 실정이며 인천공항은 1999년 민영화 대상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인천공항 지분 매각 대금은 시설 투자 재원으로 활용해 적시에 추가 시설 투자가 가능하고 전문 공항 운영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인천공항 운영 노하우를 해외 사업 진출에 활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인천공항 매각은 1999년 설립 당시부터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공기업에 만연해 있는 관료주의적 타성과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추진돼 왔다. 또한 이미 히드로공항·코펜하겐공항·시드니공항·브뤼셀공항·로마공항·취리히공항 등 세계 유수의 공항들이 민영화를 이룬 후 이용객 수가 늘어나고 영업이익 및 비항공 수익이 증가하는 등 경영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게 기획재정부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미 ‘세계 1등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에 ‘선진화’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공항협의회(ACI)의 세계 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인천공항은 7년 연속 1위를 기록하며 세계 최초로 ACI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 기업이다. 세계 1700여 개 공항 중 단연 돋보이는 1위다. 지난해 매출액은 1조5000억 원을 기록해 개항 초기인 2001년 매출액 3767억 원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연간 환승객도 560만 명에 이르러 일본의 나리타공항을 제치고 동북아 1위 자리에 올랐다. 영업이익도 지난해 기준으로 7931억 원으로 자산 대비 9.68%를 기록했다. 영국 히드로(4.45%), 프랑스 샤를드골(7.82%), 네덜란드 스키폴(5.42%), 독일 프랑크푸르트(5.40%), 홍콩 첵랍콕(9.44%) 등 세계 5대 공항보다 높은 수준이다.

미래 항공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3단계 건설 사업을 본격화하는 인천공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한다.


경실련은 “세계 여러 공항이 인천공항의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한국을 찾는데 다른 선진 경영 기법을 배워 효율화를 해야 한다는 정부 측 논리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영화를 하면 공공성이나 사회적 역할에 비중을 두지 않는 민간 자금 성격상 되레 서비스의 질이 나빠지고 이용객의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있다.

무엇보다 국가 주요 시설을 외국자본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도 지난해 9월 보고서를 통해 “인천공항 민영화는 결국 외국인 지분으로 귀착될 것”이라며 “국부가 유출된다는 지적과 외국계 투자회사인 맥쿼리 등에 대한 특혜 매각 의혹도 확산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민영화 후에는 대책 마련 어려워

이에 따라 정부가 인천공항 매각에 대한 법 개정을 조속히 추진하려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없이 이명박 정부 임기 내에 ‘강행’하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이다.
일각에서는 기획재정부가 공항공사 지분 매각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공항공사 지분을 팔아 확보할 수 있는 재원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매각 대상인 지분 49%를 모두 팔면 수입은 1조5000억 원에 달한다.

이해찬 민주통합당 대표는 “장부가격에 실가격으로 반영돼 있지 않은, 10조 원이 넘는 1652만5000㎡(500만 평) 이상의 유보지를 차지하려는 속셈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진짜 속셈이 무엇이든지 정부가 인천공항의 매각을 서두르는 데는 이명박 정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49% 지분이 외국자본을 비롯한 민간 자본으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에서, 강행보다 시급한 것은 의견 수렴과 대책 마련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실련 경제정책팀 이기웅 강사는 “공항이 가지는 안보라는 특수성을 생각하면 충분한 논의와 민간 자본으로 넘어갔을 때의 보안 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 한 번 민영화되면 규제하기 힘들기 때문에 사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할 일이지 졸속으로 처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