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등에 업은 에어아시아…국내 저가항공시장 '공습 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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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개국 146개 노선, 규모의 경제로 '반값' 공세
10월 인천~나리타 취항…필리핀 노선도 준비…한국법인 설립 추진
페르난데스 회장의 QPR…박지성 영입 '홍보효과'
10월 인천~나리타 취항…필리핀 노선도 준비…한국법인 설립 추진
페르난데스 회장의 QPR…박지성 영입 '홍보효과'
아시아 최대 저비용 항공사인 말레이시아의 에어아시아가 일본과 필리핀 등 해외법인을 통해 한국시장을 공략한다. 한국에도 합작 형태의 자회사를 설립해 국제선에 취항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규모의 경제를 갖춘 에어아시아의 전방위 공세에 국내 항공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 회장은 최근 박지성 선수가 입단한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팀 퀸즈파크레인저스(QPR)의 구단주다.
◆에어아시아재팬, 10월 인천 취항
15일 업계에 따르면 에어아시아재팬은 오는 10월께 인천~나리타와 부산~나리타에 취항할 계획이다. 에어아시아재팬은 에어아시아가 전일본공수(ANA)와 합작해 지난해 8월 일본에 설립한 저비용 항공사다. 나리타 공항을 거점으로 다음달 1일부터 매일 삿포로 3회, 후쿠오카 2회, 오키나와 1회 일본 내 운항을 시작하며, 국제선의 첫 취항지로 한국을 택했다.
지난 3월 현지 운항을 시작한 필리핀 법인 에어아시아필리핀도 한국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필리핀 민간항공위원회에 인천노선을 신청했으며, 국내에서도 취항 준비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아시아는 말레이시아에 본사를 둔 아시아 1위 저가항공사로 114대의 항공기를 기반으로 동남아 호주 등 20개국 146개 노선에 취항 중이다. 인도네시아와 일본, 필리핀, 태국 등 5개국에 현지 자회사를 두고 있으며 국내에는 4시간 이상 장거리노선 계열사인 에어아시아엑스를 통해 2010년 인천~쿠알라룸푸르 운항을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에어아시아가 규모의 경제를 갖추고 있는 만큼 가격 공세에 나설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의 항공 요금이 대형항공사 대비 80% 수준인 데 비해 에어아시아는 절반에 가까운 가격 메리트를 내세우고 있다. 인천~쿠알라룸푸르 노선의 경우 7월 현재 에어아시아의 일반 편도항공권 가격은 37만6000원(이하 유류할증료와 공항세 제외)으로 대한항공 63만원의 60%를 밑돈다.
대한항공과 경쟁하는 쿠알라룸푸르와 달리 근거리 동남아 노선은 국내 저비용 항공사들의 전략노선이기도 하다. 인천~나리타는 이스타항공, 부산~나리타는 에어부산과 직접 경쟁하는 구도다. 필리핀에도 제주항공을 비롯해 진에어, 에어부산 등 다수의 저비용 항공사들이 비행기를 띄우고 있다.
◆한국 내 합작법인 추진
에어아시아는 한국에 합작법인 형태의 자회사를 설립하기 위한 물밑작업도 진행 중이다. 한국을 오가는 여행수요가 급속하게 늘고 있는 데다 저비용 항공사들의 이용 비율이 10% 미만으로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올해 안에 한국법인을 설립한다는 목표로 국내 업체와 협의를 진행해 왔지만 국내 항공업계의 반발로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에어아시아는 에어버스에만 400여대의 항공기를 주문하는 등 공격적으로 기단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에 동북아 시장에서 공세를 더 강화할 것”이라며 “한국법인이 세워져 국제선에 자유롭게 취항하게 된다면 저비용항공사뿐 아니라 대한항공 등에도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박지성 마케팅도 부담
박지성 선수를 내세운 스포츠 마케팅도 국내 업체들엔 부담이다. 페르난데스 회장이 구단주로 있는 영국 프리미어리그 퀸즈파크레인저스는 지난 9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부터 박지성을 영입했다. 박지성이 최소 2년간 에어아시아 로고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출전하기로 돼 있어 한국 내 인지도가 상당히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2001년 당시 1100만달러의 빚더미 항공사였던 에어아시아를 인수해 10년 만에 아시아 최대 저비용항공사로 키워내면서 ‘항공업계의 신화’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 관계자는 “말레이시아는 저비용항공사 전용공항을 운영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며 “외국 항공사의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용터미널 설립과 경쟁력 있는 저비용항공사에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는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