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에는 ‘고참’ 애널리스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컸던 상황에서 고참 애널리스트들은 자신들의 노하우와 경험을 활용하면서 각 분야 1위에 올랐다.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과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정동익 한화증권 연구원 등이 대표적이다.

▶7월25일자 한경비즈니스(868호) 참조

한국경제신문 자매지인 한경비즈니스는 15일 마케팅 전문 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와 함께 국내 주요 금융회사와 투자기관 펀드매니저 619명을 대상으로 전화와 이메일 설문을 실시, 2012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와 증권사를 선정했다.

◆노장들의 약진

34개 분야별 최고 애널리스트를 선정하는 이번 조사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사람은 박재석 삼성증권 연구원이다. 그는 트렌드에 민감해 젊은 애널리스트들이 유독 많은 정보기술(IT)·게임 업종에서 최고참이다. 하지만 신규게임이 출시되면 PC방에서 게임을 해보고 주위 청소년의 반응을 살필 정도로 노력을 기울여 인터넷·소프트웨어·솔루션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기계 부문 1위를 차지한 정동익 한화증권 연구원은 2009년 하반기 이후 줄곧 5위권 내에 들었으나 이번 조사에서 처음으로 최고 자리에 올랐다. 기계 업종 10년차에 접어든 ‘장수 애널리스트’로 오랜 경력 덕분에 단기적인 시각보다 장기적으로 파악하는 눈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건설·기계 부문에서 단기 반등 가능성을 점치고 있지만, 그는 상승 추세로의 전환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2002년부터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에 몸담고 있는 전균 연구원(파생상품)은 오랜만에 1위로 복귀했다. 2008년 상반기 1위를 차지한 이후 최근까지 2, 3위에 머물다가 이번에 다시 최고 애널리스트 자리에 올랐다. 전 연구원은 올해 적극적으로 신종 상장지수펀드(ETF)를 소개하면서 ETF시장의 확장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박영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반도체·컴퓨터)도 2008년 상반기 이후 4년 만에 1위 자리에 올랐다. 올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도시바 마이크론 엘피다 등 반도체 업체들의 합종연횡 속에서 기업들의 움직임을 재빠르게 파악해 분석했다는 평을 받았다.

◆최남곤 연구원 11회 연속 1위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굳건히 1위 자리를 지킨 애널리스트도 많았다. 최남곤 동양증권 연구원(통신 및 초고속인터넷)은 가장 오랫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애널리스트다. 지금까지 11회 연속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다리를 다쳤지만 목발을 짚고 다니면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정도의 열정을 보여줬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LCD·디스플레이),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엔터테인먼트·미디어·광고),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행·신용카드), 박기현 동양증권 연구원(철강·금속),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지주회사)은 2009년 상반기 이후 7회 연속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주익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유틸리티)은 작년 하반기 잠시 2위로 밀려났다 다시 1위로 복구했다. 그는 2008년 하반기 이후 줄곧 1위를 유지했다.

◆젊은 강자들의 활약

혜성처럼 나타나 단번에 최고의 자리에 오른 주니어급 애널리스트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하준두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통신 및 네트워크장비)는 2008년 증권업계에 발을 들인 후 지난해 상반기 처음 1위 자리에 올라 이번까지 이어졌다. 신승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보험·기타금융)도 2010년 증권업계로 온 후 지난해부터 톱 애널리스트 자리를 유지 중이다.

1위에 오르지 못했지만 현업 출신의 젊은 애널리스트 2명이 5위권 내에 진입해 눈길을 끌었다. 인터넷·소프트웨어·솔루션 부문 4위의 정재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2005년부터 게임회사 웹젠에 근무한 후 2008년 증권업계로 왔다. 반도체 부문 5위에 오른 이세철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작년까지 12년 동안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삼성전자에 반도체 엔지니어로 입사, 기획팀·전략마케팅팀을 거쳐 반도체 시장 흐름을 정확히 읽어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