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가 횡령·배임죄를 저지르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법안을 여야가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은 “경제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16일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15일 말했다.

이 법안에는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 의원 23명이 서명했다. 새누리당이 낸 경제민주화 관련 첫 법안이다.

개정안은 횡령·배임 규모가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7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 300억원 미만이면 10년 이상의 유기징역 △30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1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했다. 법이 개정되면 법원이 형기를 최대한으로 줄여줘도(최저형량의 2분의 1까지 가능) 형량이 집행유예가 가능한 3년 이하로 내려가지 않기 때문에 실형을 살 수밖에 없다.

민주통합당은 횡령·배임에 대해 최저형량을 5년에서 7년으로 높여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도록 한 ‘특경가법 개정안’을 이미 발의했다.

재계 "왜 기업인만…정치인도 같은 잣대 적용을"

현재는 횡령·배임 규모가 5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이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돼 있다. 따라서 많은 돈을 횡령하더라도 법원이 형기를 줄여줘 집행유예를 받는 사례가 있었다. 민 의원은 “수천억원을 횡령한 기업인이 실형은커녕 집행유예 선고에 사면까지 받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지난달부터 열린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내부 토의를 거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새누리당의 개정안은 지난달 19일 열린 경제민주화실천모임에서 김기원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가 처음 제안했다.

민주당은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분식회계, 재산 해외도피 등 경제범죄를 저지른 대기업 총수 일가에 대한 대통령 특별사면권을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오제세 의원이 대표 발의한 사면법 개정안에 따르면 ‘특경가법’을 위반한 대기업 총수 일가가 형기의 3분의 2 이상을 채우지 않았을 경우 대통령 특별사면을 금지하도록 했다.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 소속의 한 의원은 “대선을 앞두고 서민·중산층에 한발 더 다가가려는 차원”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일단 개정안에 대해 큰 틀에서 공감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만인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원칙에 따라 기업인에 대해서도 엄정하게 법을 집행한다는 데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동안 검찰 수사, 법원 판결에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고 느끼는 국민들이 많았다면 일부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기업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 총수뿐 아니라 고위 공무원, 정치인에 대해서도 똑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법 집행이 불평등하다”는 국민적 여론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치자금법 등도 개정해서 범죄에 연루된 공무원과 정치인에 대해서도 집행유예 선고가 불가능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태훈/정인설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