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LG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 유출 책임을 놓고 기자회견을 번갈아 자청하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지난 15일 검찰이 양측 관계자 등 11명을 불구속 기소한 뒤 감정싸움이 확전되는 양상이다. 손해배상소송이 불가피해 법원 판단에 따라 한쪽은 치명상을 입는 게 불가피해졌다.

▶본지 7월16일자 A3면 참조

◆양측 OLED 놓고 극한 대립

삼성디스플레이는 16일 서울 서초동 삼성사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LG디스플레이는 관련자 인사 조치와 최고경영진의 사과 등 책임 있는 조치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LG 임직원 4명을 기소한 검찰 수사 결과는 기술 유출 책임이 LG 측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란 논리였다.

심재부 삼성디스플레이 상무는 “LG디스플레이의 최고생산책임자(CPO)와 사업전략 담당 임원이 기소되고 인사팀장이 기소 유예된 것은 조직적으로 기술을 빼가기 위해 움직였다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심 상무는 “OLED는 1조2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기술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즉각 ‘경쟁사 흠집내기를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이방수 LG디스플레이 전무는 “삼성 측 설비개발팀장이던 조모씨가 헤드헌팅 업체를 통해 이직 의사를 밝혀 인사팀장이 면담한 것뿐”이라며 “검찰기소에서 인사팀장이 제외된 건 불법적 인력유인이 없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분사, 합사하는 과정에서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경쟁사를 공격하고 있다”며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가능한 법적수단을 모두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전무는 또 “디스플레이 인력이 국내에서 일할 수 있는 회사는 LG와 삼성뿐으로 인력이동은 일상적”이라며 “최근 3년간 우리 회사에서 이직한 연구인력 630명 중 약 10%가 삼성계열사나 협력회사에서 일한다”고 덧붙였다.

◆수조원 기술…법정공방 불가피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꼽히는 OLED 기술은 삼성이 2007년 세계 최초로 양산화했다. 일본이 포기한 기술에 수년간 1조2000억원을 쏟아부어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10인치 이하의 모바일용 패널을 생산하며 세계 OLED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해왔다.

지난해부터는 TV용 55인치 대형 패널 개발에 나서 올초 시제품을 내놓았다. 그런데 같은 때 LG디스플레이도 55인치 패널 시제품을 선보이며 단숨에 따라 붙었다. LG는 W(화이트)- OLED 기술로 개발에 성공했다. 적녹청 색을 내는 유기물을 얇게 유리판에 입혀(증착) 색을 내는 삼성의 RGB 기술과 달리 W-OLED는 유기물 위에 컬러필터를 덧씌워 색을 내기 때문에 대형화가 쉬운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삼성은 이 와중에 LG가 기술을 훔쳐 개발 기간을 단축시켰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방수 전무는 “방식이 다른 삼성 측 기술은 필요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세계 최초 OLED TV 출시를 위해 경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디스플레이서치는 OLED TV 시장이 2013년 57만대에서 2015년 368만대, 2017년 1193만대로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OLED

유기발광다이오드. 전류가 흐르면 스스로 빛을 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소재. LCD(액정표시장치)와 달리 화면 뒤쪽에서 빛을 비추는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TV나 스마트폰을 더 얇게 만들 수 있다. 휘는(플렉시블) 디스플레이도 가능하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