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미국에서 한 벤처기업이 사라졌다. 이 기업이 제공하던 서비스는 중단됐다. 하지만 직원들은 세계 최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 페이스북으로 자리를 옮겼다. 페이스북이 기업을 사들인 후, 사업은 버리고 인재만 취한 것이다.

인재 확보를 위해 소규모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늘고 있다. ‘인수(acquisition)’와 ‘고용(hire)’의 합성어인 ‘애크하이어(acqhire)’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인재 확보만을 목적으로 한 인수를 말한다. 인수 뒤 기존 사업이 없어지는 경우도 많다. 서비스를 시작하지도 않은 신생 벤처까지 인수 대상에 오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최근 모바일 북마킹 업체 스풀을 인수했다. 스풀 전체 직원 5명은 모두 페이스북에 합류했다. 정확한 인수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페이스북은 스풀의 서비스 기술과 사용자 데이터는 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가격에 기술과 데이터 가치는 포함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인수 목적이 철저히 인재 확보에만 있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페이스북은 이날 “스풀 직원들은 모바일 소프트웨어에 대한 전문지식과 뛰어난 열정을 갖고 있다”며 “그들이 페이스북과 함께 비전을 펼쳐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뿐만이 아니다. 지난 10일엔 클라우딩 컴퓨팅업체 세일즈포스닷컴이 캐나다 스타트업 고인스턴트를 7000만달러(약 800억원)에 인수했다. 5월 웹서비스업체 싱크퓨즈를 사들인 지 6주 만이다.

‘애크하이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미국 IT 업계가 고급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 급격히 성장했지만 실력을 검증받은 인재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편이다. 따라서 IT기업들이 기업인수를 통한 전문가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