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는 “북한 군부의 실세였던 이영호 총참모장의 해임 이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조만간 경제 관련 조치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18일 전망했다. 김정은이 예상보다 빨리 유훈통치를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면서 개혁·개방을 통한 업적 쌓기를 시도할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이영호의 숙청이 개혁·개방으로 곧바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군부 강경파의 대표 인물이던 이영호가 숙청되면서 김정은이 보다 적극적인 경제조치를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됐다고 우리 당국자와 전문가들은 평가하고 있다.

유럽의 대표적인 북한 전문가 루디거 프랑크 비엔나대 교수는 이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이영호의 숙청으로 북한의 경제 개혁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영호 사건으로 권력 투쟁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면 이제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경제 문제에 쏟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정은은 취임 이후 ‘주민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을 줄곧 강조해 왔다. 올해 신년공동사설에서 “지식경제 강국을 세우기 위한 성스러운 투쟁”을 벌이겠다고 했다. 이어 주민들 앞에 직접 나섰던 지난 4월 태양절 연설에서는 “인민들이 다시는 허리띠를 조이지 않게 하고 사회주의의 풍요와 부를 맘껏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게 당의 확고한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두 차례 내놓은 담화에서 ‘자력갱생’ 구호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변화의 움직임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북한의 외자유치를 담당하는 조직인 합영투자위원회는 최근 투자안내서를 공개적으로 발표했다. 지난달 28일에는 협동농장과 국영공장에 시장가격이 반영된 생산비용을 미리 지급한다는 내용의 ‘6·28방침’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쯤 6·28방침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발표될 것이라는 첩보가 있다”고 말했다.

홍순직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김정은이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해 농업부문에서 개인 임대방식을 도입하거나 외자유치를 위해 금융개혁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영호의 숙청으로 경고를 받은 군부 역시 경제재건 분야에 적극 참여하는 방식으로 충성 경쟁을 벌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 관계자는 “최근 북한이 검토 중인 경제관리 개선 시도가 신군부 등 반대 세력의 위축에 따라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장기적으로는 책임 추궁을 우려한 관료들의 복지부동으로 정책이 좌충우돌하면서 총체적으로 실패할 개연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