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100달러 안팎의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해양 원유 및 천연가스 개발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바로는 전 세계 원유 매장량의 30%, 천연가스 매장량의 15%가 바다 아래 묻혀 있다. 신흥국 에너지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수송용 연료는 석유 이외의 대안이 아직 없어 해양 자원 개발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해양 유전 개발은 2010년 시장 규모가 2200억달러로 한국의 주력 산업 중 하나인 조선산업의 2.5배에 달하며, 앞으로 10년간 연평균 8%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 산업이다.

최근 전 세계 해양 자원개발 산업에서는 안전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2010년 4월 멕시코만에서 유전 시추작업을 하던 딥워터 호라이즌호가 폭발사고를 일으킨 것이 계기가 됐다. 해양 자원개발은 바다 한가운데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폭발 등이 일어나면 원유 유출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개발 주관사였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은 당시 사고로 112억달러 이상의 직접적 손실을 입었을 뿐만 아니라 기업 이미지도 크게 훼손됐다. 안전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사업 경험이나 재무 안정성이 떨어지는 기업은 기술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해양 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업계 강자들을 중심으로 한 인수·합병(M&A)과 사업 통합 등 합종연횡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해양 자원개발은 탐사 시추 생산 운영 등 사업 단계별로 필요한 기술이 다르다. 개별 기업들은 모든 부문의 역량을 스스로 확보하기보다는 각 부문에 전문성을 갖춘 업체끼리 협력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한국은 석유공사와 정유회사들이 해양유전 탐사와 시추를 하고, 조선사들이 초(超)심해용 시추 설비인 드릴십과 대형 원유 생산 설비인 FPSO(부유식 생산·저장·하역 설비) 등을 생산한다. 하지만 해양 자원개발 산업 전체 가치사슬에서는 아직 부가가치가 낮은 영역에 머물러 있다. 해양 자원개발의 기본 설계 역량이 부족하고 해양 설비용 기자재 자급률도 20%에 불과해 산업 기반이 취약하다.

한국이 해양 자원개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본 설계를 포함한 엔지니어링 역량을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한국은 조선산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상 설비 생산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조선산업 경험만으로 해양 자원개발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해양 자원개발 프로젝트는 대부분 설계역량을 갖춘 선진국 기업이 주도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이뤄진다. 기본 설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작업 방식과 필요한 설비 및 기자재의 종류도 달라진다.

해양 전문기업 인수 또는 제휴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부유식 해상설비에서 경쟁력을 갖춘 한국 조선사가 육상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역량을 갖춘 기업과 손을 잡는다면 시너지를 높일 수 있다. 철강 건설 전자 등 다른 업종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해외 기업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배영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seribae@sams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