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를 움직이면 가발이 따라와요.”

아모레퍼시픽의 헤어 브랜드 미쟝센과 벤처기업인 라임페이퍼가 서울 용산역 앞에 최근 마련한 이동식 홍보부스 ‘팝핑 헤어살롱’ 안에서는 김선진 씨(20)가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거울 같은 화면에 전신이 비쳐지는 ‘디지털 사이니지(전자 입간판)’ 앞에서 김씨가 움직이자 화면 속 가발도 위치를 바꿔가며 머리에 계속 얹혀졌다.

◆원피스 가상으로 입어보고 산다

옷이나 가발은 직접 입거나 머리에 써보고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여러 개의 제품을 다 입어보거나 써보는 것은 상당히 번잡스러운 일이다. 입거나 머리에 썼을 때의 모습을 가상으로 볼 수 있다면 시간과 노력을 상당히 절약할 수 있다.

삼성SDS는 지난해 6월 혜화역, 올해 1월에는 서울대입구역과 신촌역 등 3개 지하철역에 이용객이 가상으로 옷을 입어볼 수 있는 ‘스마트 스크린도어’를 설치했다. 사용자는 화면 속에 비치는 자기 몸 위에 다양한 옷을 화면상에 걸쳐본 뒤 마음에 드는 것을 자신의 이메일로 신청할 수 있다. 삼성SDS는 올해 안에 10개 지하철역 40곳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박광석 한국디지털사이니지협회장은 “얼굴·음성 인식을 도입한 디지털 사이니지도 개발 중”이라며 “사용자의 오감을 이용한 쌍방향 소통 기능이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별 점포로 확대 가능

전자 입간판인 ‘디지털 사이니지’는 지금은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개별 점포처럼 변신할 가능성이 있다.

손정호 KT 디지털사이니지팀 부장은 “요즘 소비자들은 상호작용을 당연하게 여긴다”며 “증강현실 등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하고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다면 디지털 사이니지를 ‘광고판’이 아닌 하나의 개별 점포처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앞세운 디지털 사이니지에다 QR코드, 근거리무선통신(NFC) 기술 등을 결합시키면 독립 매장처럼 운영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SDS가 올해 하반기에 내놓을 예정인 스마트 스크린도어 후속 제품은 원스톱 결제까지 가능한 ‘매장형 디지털 사이니지’로 운영된다. 화면 속에서 옷을 자연스럽게 입어볼 수 있도록 성능을 개선하고 휴대폰으로 해당 제품의 QR코드를 찍으면 결제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삼성SDS 관계자는 “쇼핑하러 갈 시간을 내기 어려운 사람들이 거리에서 마음에 드는 원피스를 골라 사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온라인 쇼핑몰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이 2015년이면 3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