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기본 원리는 합리적 선택에서 출발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도 공공과 민간이 유한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느냐에 따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초기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공공성이 강한 사업을 맡는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공공부문의 독점문제가 나타나게 된다. 또 공공성을 우선시 하다 보면 공공부문이 비대해져 민간에서 쓸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들어 위축이 되고 경제의 활력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공공부문 비대화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2010년 조사에 따르면 공기업의 총자산은 180조8095억원(2004년)에서 350조7642억원(2009년)으로 6년 동안 94%(169조9547억원)나 증가했다.

반면 공기업의 경영효율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예산정책처가 2010년 22개 공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한 결과를 보면 지속적으로 수익성이 개선된 공기업은 5개에 불과하고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곳은 14개에 이른다. 기획재정부의 2011회계연도 공기업 결산 결과에서도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2010년의 7%에서 2011년 5%로 하락했다. 공기업 부채도 이명박 정부 기간 87%나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도 크게 악화되고 있다.

작년 공기업 영업이익률 5%…전년대비 2%P 떨어져

재정부가 2008~2010년 3년간 실시한 ‘공공기관장 경영평가’와 ‘상임감사 직무수행실적 평가’ 결과를 분석해보면 정치적 보은으로 외부에서 영입된 이들이 기관장에 포진한 경우 경영 효율성 제고효과가 낮았다. 내부 승진보다는 외부에서 민간 출신 기관장을 수혈해 방만한 조직과 방식을 구조조정하고 경영효율화를 이룬다는 논리를 펴고 있지만 공공부문의 경쟁 부족, 이윤동기 부족, 책임의식 결여 등으로 나타난 결과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제의 자원배분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효율성이 높은 쪽으로 보다 많은 자원이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중 경영권 매각을 의미하는 민영화나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지분매각 모두 공공부문 비대화를 견제하고 민간부문의 경쟁원리를 접목시켜 경영효율을 달성하기 위한 한 방법이다. 그렇다고 시장원리가 불변의 진리이고 만능이라는 뜻은 아니다. 시장을 통한 효율성 추구로 발생할 수 있는 공공성의 침해는 정부의 감독과 규제 장치를 통해 보완하자는 것이다.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은 이미 1980년대 이르러 정부 실패가 지적되고 시장기능의 중요성을 신뢰하는 분위기가 고조돼 갔다. 그 결과 민영화가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그동안 공공기관 및 공기업의 비대화에 따른 경제에 미치는 비효율성을 개선하고자 민영화 정책을 추진해 왔다.

최근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인천국제공항 지분 매각이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물론 차기전투기 선정, KTX 경쟁체제 도입까지 모두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중 인천국제공항 지분 매각은 항공산업 개방화라는 세계적 흐름과 연관시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미 세계 50대 공항 가운데 35개 공항이 지분이나 운영권을 국내외 민간자본에 개방했거나 계획 중에 있다. 인천공항은 7년 연속 서비스분야에서 1위를 했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세계적인 수준이라기엔 다소 부족하다. 여객 이용규모는 2011년 3347만명 수준으로 세계 8위, 여객처리능력은 세계 11위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의 1년 순이익은 3000억원 규모이나 부채 규모는 3조5000억원으로 인천공항을 아시아 최대 공항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4조원의 개발비용이 필요한데 이는 국민 세금으로 충당해야 할 것이다.

이에 정부는 우선 보유 지분의 49%를 민간에 매각하고, 공항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계획이다. 49% 중 15%는 국내 주식 시장에 상장하고, 나머지 34%는 해외공항그룹과의 전략적 제휴를 맺는 데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외국인 보유 지분도 30% 미만으로 제한한다는 방안을 갖고 있다. 즉 지분매각을 통해 공항 경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51%는 정부가 계속 보유하겠다는 것이다.

민영화는 소유권의 이전, 기능 분리, 민간 기업이 진입하여 경쟁하는 방안들이 있는데 인천공항의 지분매각 방안은 완전한 민영화라 보기 어렵다. 오히려 투자자들의 감시 기능을 통해 경영투명성을 높이고 글로벌 항공시장 변화에 보다 유연하게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정치권이 반대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는 이 정부 들어서만 세 번째 시도하는 것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지 12년이 지나 더 이상 민영화를 미룰 수 없는 과제라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또한 매각 시 연간 약 1900억원의 공적자금 이자부담도 덜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민영화가 완료된다는 의미도 있다.

인천공항 서비스수준 높지만 亞 최대로 키우려면 4조 필요

민영화 결과에 달려 있지만 국내 금융지주회사와의 합병이 성사되면 초거대 은행이 탄생하면서 외국 유수 은행과 ‘규모의 경쟁’이 가능한 글로벌 은행이 된다. 그동안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매각심사소위원회 등에서 논의된 매각방안은 구체적인 절차까지 수립했으나 번번이 매각은 무산됐다.

정부는 자신들이 마지막으로 행사하는 권한으로 이룰 수 있는 금융개혁 성과이기에 다소 무리하게 서두르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 지금의 금융시장 상황이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인지에 대한 논란이 있고, 이 정부의 임기가 사실상 반년도 안 남은 시점에서 매각을 서두르는 것이 정치적 특혜라는 오해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게 반론의 근거이고 어느 정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우리금융의 시가총액은 두 번째 매각이 무산된 시점보다도 1조원이 더 줄어든 8조원대로 주저앉았으며 시간이 갈수록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할 기회는 더 줄어들어 이상적인 매각시점 포착은 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바로 이런 점들이 다소 무리한 추진으로 보이더라도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 이유이다.

민영화 정책의 결과는 그 나라의 경제적·제도적 여건,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정책집행자의 선택과 의지가 중요하다. 민영화를 둘러싼 엇갈린 이해집단의 주장을 모두 수용하면서 바람직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것은 힘들고 과감한 판단을 필요로 한다. 공공기관 민영화에 따른 장기적 효과를 내다보면서 우선 순위를 정해 추진하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찾는 것이 최선의 대안이다.


승정헌 < 고려대 교수 >
△고려대 정경대학 경제연구소 연구교수 △독일 뮌스터대 경제학과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