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프라이빗뱅커(PB)들이 60세 이상 부유한 노년층, 이른바 ‘골드 실버’를 잡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내놓고 있다. 전용 PB센터를 만들거나 직원들에게 시니어 응대 교육을 하는 한편 노년층의 관심사인 건강과 자녀 결혼 문제 등까지 종합 관리해준다.

고령화와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이 자산관리를 PB에게 맡기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부동산 가격 상승의 혜택을 본 수백억대 ‘슈퍼 리치’들이 대개 60~70대라는 점도 원인이다.

◆시니어 전용 PB센터 등장

국민은행은 오는 30일 ‘시니어 특화 PB센터’를 경기 용인시 수지에 연다. 특정 연령대 고객층만을 위한 PB센터를 개설하는 것은 국내 처음이다. 50세 이상, 금융자산 5억원 이상 자산가를 대상으로 영업할 예정이다. 김형구 국민은행 WM사업부 팀장은 “PB센터 안에 스크린골프장을 설치하고 별도 데스크를 마련해 여행상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PB사업본부는 최근 PB 직원들에게 노인 응대 방법을 매뉴얼로 만들어 교육했다. 이형일 하나은행 PB사업본부장은 “시니어 고객들에게 복잡한 상품을 설명하는 방법 등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골드 시니어 투자자 보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위성호 신한은행 WM사업그룹 부행장은 “저금리 기조에서 기대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할 경우 손실률이 높아질 수 있어 고령층 고객이 신규 상품에 가입할 때는 더 자세하게 설명하고 충분히 위험을 인지하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골드실버 고객들에게 종합병원 건강검진 혜택을 주는 ‘헬스케어 서비스’와 자녀 맞선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자녀 결혼·건강문제 ‘해결사’로

골드 실버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PB센터는 결혼 중매업체, 여행업체, 병원 알선업체 등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하나은행 PB사업본부는 지난 6월16일 서울 청담동의 한 모델하우스를 빌려 골드 실버 고객 자녀들 70명의 단체 미팅을 진행했다. 프로필을 영상으로 공유한 뒤 같이 공연을 보고 식사를 하며 마음에 드는 이성을 고르는 행사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일반 결혼정보 업체들과 달리 확실한 자산가 자녀들만 모이기 때문에 고객들의 신뢰가 크다”며 “이번 행사에서는 총 12쌍이 맺어졌다”고 전했다. 하나은행 PB사업본부는 이 외에도 뮤지컬·갤러리 투어, 승마클럽 등을 운영 중이다.

신동일 국민은행 압구정PB센터 팀장은 “자녀들을 출가시킨 골드 실버 부부들은 여행을 다니고 싶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객의 요청을 듣고 우리가 여행사와 연락해 크루즈 여행 등 다양한 여행 스케줄을 짜준다”고 말했다.

이상은/강동균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