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8일 ‘세계인의 축제’ 런던올림픽이 개막한다. 많은 사람들이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기대하고 있지만 정작 영국 국민들은 때아닌 속앓이를 하고 있다. 런던에서 연일 폭우가 이어지고 기온도 떨어지고 있는 탓이다. 선수들 역시 기상 예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날씨에 따라 컨디션이 달라지고 승부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날씨는 스포츠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온도. 운동을 하면 근육에 에너지가 많이 공급돼야 하기 때문에 몸의 열이 올라간다. 이때 인체는 호흡과 땀샘을 통해 수분을 내보내며 온도를 조절한다. 그런데 외부 기온이 영향을 미쳐 체온이 지나치게 낮거나 높아지면 에너지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다.

1997년 12월 후쿠오카 국제마라톤대회에서 이봉주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던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당시의 기온은 영상 3도. 13도 정도의 기온을 예상했던 선수들은 당황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날씨 이변은 이봉주 선수에게 큰 도움이 됐다. 그가 집중훈련을 받을 시기였던 11월, 우리나라 날씨는 제법 쌀쌀한 편에 속했다. 매일 찬바람을 맞으며 몸을 만들어온 그는 조금 뛰자마자 땀이 나기 시작했다. 남들보다 앞서 체온 조절에 성공한 것이다.

반면 아프라카 등지에서 온 선수들은 예상치 못한 날씨에 적응하지 못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3초 차로 이봉주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조시아 투과네 선수는 결국 경기 도중 기권하고 말았다.

100m달리기와 역도 같은 무산소운동의 경우엔 대체로 기온이 높을수록 기록이 좋게 나온다. 날이 차가우면 근육에 경련이 쉽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분야의 선수들은 온도가 떨어질 것에 대비해 다양한 훈련을 받는다.

습도 역시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야구의 경우 습도가 높으면 타자들은 악영향을 받는다. 공기의 밀도가 크면 야구공의 비행거리가 10% 정도 감소하기 때문이다. 야구공은 양모로 만들어지는데 양모엔 한 올마다 미세한 관이 있다. 그런데 이 관은 공기 중의 습기를 흡수해 공의 탄성을 떨어뜨린다.

습도가 높으면 공이 수분을 흡수해 무게가 증가하게 되고 타자가 공을 쳐도 멀리 날아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투수 입장에선 습도로 인해 공을 잡을 때의 감각이 훨씬 살아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