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활성화' 민관 끝장 토론] MB "경제 살리기 시급한데"…규제 마인드 장관들 호된 질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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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관적인 장관 보고 못믿겠다"
민간까지 불러 9시간45분 토론
민간까지 불러 9시간45분 토론
9시간45분.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청와대에서 국무총리와 관련부처 장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4단체장과 민간 경제전문가 등을 불러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 집중토론회’를 가진 시간이다. 오후 3시부터 시작한 토론회는 자정을 넘겨 다음날 오전 0시45분에 끝났다. 중간에 10분 휴식, 30분 도시락 저녁, 20분 휴식을 제외하곤 8시간45분(총 525분)간 마라톤 토론이 이뤄졌다. 청와대에서 열린 회의로는 최장 시간이다. 말 그대로 끝장 토론회였다.
내수활성화란 주제를 놓고 이 대통령이 10시간 가까이 민관합동으로 토론회를 연 것은 내수침체에 대한 위기감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이다. 그동안 관계 장관들이 다양한 대책 보고를 했지만 기대에 못 미쳤다는 얘기도 된다.
◆“민간 목소리 직접 듣겠다”
청와대는 당초 이번 토론회를 경제부처 장관 등만 참석하는 ‘정부 토론회’로 계획했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민간 전문가들로부터 경제 현장의 얘기를 직접 들어야겠다”고 말해 참석 범위가 민간으로 확대됐다. 민간 참석자들도 처음엔 경제연구원장 정도만 참석시킬 예정이었다. 그러나 토론회 전날(20일) 이 대통령이 “민간 기업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아이디어를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해 전경련 등 경제4단체장과 건설협회장, 관광협회중앙회 부회장 등이 부랴부랴 초청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22일 “민간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는 것은 경제 장관들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민간 참석자도 “경제상황에 대해 청와대에 낙관적인 보고만 올라갔고, 이에 이 대통령이 ‘장관들을 못 믿겠으니 민간을 직접 만나자고 한 것’이란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휴가기간 정부가 지정, 말 안돼”
이 대통령은 토론에서 민간의 내수활성화 아이디어에 규제논리로 토론을 한 일부 장관들을 호되게 질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활성화를 위한 과제 중 하나로 여름 휴가를 분산하는 방안이 논의될 때였다. 여름 휴가가 7월 말과 8월 초에 집중돼 지방 관광지의 지속적인 경기활성화가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이 중·고교생의 학원 휴강이 그 주에 몰려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왔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이 “과거 학군제처럼 지역별로 학원들이 돌아가면서 쉬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러자 이 대통령은 “민간 사업자의 휴가기간을 정부가 정해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등에 외국인전용카지노 등 복합리조트시설의 사전심사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을 때도 이 대통령은 관계 장관을 질책했다. 현재는 외국인 투자자가 복합리조트 시설을 모두 완공해야만 카지노를 허용해주는 ‘사후허가제’이지만, 이를 투자계획 단계에서 허용하는 ‘사전심사제’로 바꾸면 외국인 투자를 늘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외국인전용 카지노 사전심사제는 언제부터 얘기한 것인데,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느냐”며 “9월까지 관련 시행령을 고치라”고 지시했다.
한 민간 참석자는 “대통령은 모든 사안에 철저한 시장원칙을 강조했다”며 “그럼에도 일부 장관들이 규제 마인드로 접근하면서 신속히 움직이지 않는 데 대해 답답함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