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는 23일 스페인의 전면적인 구제금융 우려로 1800선 지지력 테스트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20일 대부분 주요 업종이 보합세를 나타내며 1820선에 머물렀다. 외국인이 이틀째 '사자'에 나서며 주가가 오름세로 출발했지만 주말을 앞두고 관망 분위기가 짙어지며 좀처럼 방향을 잡지 못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재정위기 우려가 불거지는 상황에서 미국 지표 부진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유럽에선 스페인이 결국 전면적인 구제금융 사태로 치달을 것이란 우려섞인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 불안이 다시 확산되고 미국 일부 기업들의 실적도 기대에 못 미치면서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가 하락한 점도 국내 증시에 부담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스페인에 대해 1000억 유로 규모의 은행 안정자금을 지원키로 합의했지만 재정 우려를 씻어내기엔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스페인 구제금융 우려 등 대외 불확실성이 증시에 변동성을 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미국과 중국 등의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지수 하단을 지지하는 변수가 될 것이란 예상이다.

최운선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주에도 코스피지수는 1790~1850선의 제한적인 박스권에서 등락을 지속할 것" 이라며 "유로존의 스페인에 대한 우려가 국채 만기와 함께 재부각되는 가운데 2분기 실적 발표와 더불어 실적 하향 리스크(위험)가 투자심리를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용호 우리투자증권 연구원도 "국내 증시가 미래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면서 큰 폭의 등락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며 "주요국들의 부정적인 경기전망이 투자자들의 부담을 키우는 반면 강력한 경기부양책이 뒤따를 것이란 기대감이 교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2분기 실적도 하향 조정되고 있기 때문에 결과에 따라 역으로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중호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가능성부터 미국 국내총생산(GDP) 지표, 유럽 구매자관리지수(PMI)까지 매크로(거시경제) 변수가 여전히 시장 변동성을 자극할 것" 이라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들의 실적발표"라고 설명했다.

신 연구원은 "기대와 우려, 특히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실적에 대한 시각 전환이 본격화될 때 세계경제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면서 전반적인 시장 인식도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심리 변화에 따라 유동성이 공급될 경우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주가) 매력이 큰 종목을 중심으로 먼저 변화할 것이란 분석이다.

최운선 연구원은 "경기 하단에 대한 기대와 더불어 특징적인 점은 중국 모멘텀(상승 동력)과 하반기 수요 회복에 민감한 화학과 정유주에 대한 긍정적 기대, 제약주를 중심으로 한 건강산업의 성장성에 대한 재평가가 부각된 점" 이라며 "저평가 주식과 턴어라운드(실적개선)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반영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국내 기업 이익은 '생각보다' 괜찮을 것" 이라며 "주요 기업들의 실적발표가 주식시장으로의 유동성 유입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동차·부품과 IT(정보기술) 업종 역시 하반기 실적 개선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최용호 연구원은 "국내 기업에 대한 실적 컨센서스(시장 평균 추정치)가 상당 부분 낮아진 상태에서 자동차 및 부품, 유틸리티, 상업서비스, 운송(항공) 등 3분기 실적모멘텀이 개선되고 있는 업종에 우선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며 "특히 IT업종의 경우 미국 경기회복 기대에 따른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어 역시 매매 대상으로 유효하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