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이상고온과 극심한 가뭄이 이어지면서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농산물펀드의 수익률도 함께 급등하면서 주식형 펀드와의 차별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펀드 시장의 '냉각기'를 반영하듯 투자자들의 발길은 멈춘 상태다.

23일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운용순자산 10억원 이상 운용펀드 7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지난 20일 기준)은 22.15%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1.37%)와 해외 주식형 펀드(2.41%), 채권형 펀드(3.28%) 수익률을 모두 월등히 뛰어넘는 수치다.

최근 수익률도 두드러진다. 최근 1주일 평균 수익률은 5.85%를 기록했고 1개월 수익률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23.84%, 20.89%에 달했다. 1년 평균 수익률(6.76%)과 2년(47.39%), 3년(59.74%) 등 장기적인 성과도 우수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상장지수펀드(ETF)인 '삼성KODEX콩선물(H)특별자산상장지수[콩-파생]' 펀드가 42.79%로 가장 높았다. '미래에셋TIGER농산물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농산물-파생]'(27.99%), '우리애그리컬쳐인덱스플러스특별자산[농산물-파생]C-I'(24.32%), '신한BNPP애그리컬쳐인덱스플러스자 1[채권-파생](종류A)'(20.12%) 펀드가 그 뒤를 이었다.

이는 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9월 인도분 옥수수 선물가격은 1부셀당 17센트 오른 8.24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경신했다.

대두 8월 인도분 선물가격도 17.57달러로 사상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밀 선물가격은 2008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으며 지난달 옥수수 선물가격은 50% 폭등한 바 있다.

이석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지난주 밀과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이 두 자리 수 안팎의 급등세를 다시 연출하면서 농산물지수는 6월 이후 무려 40% 이상 급등하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며 "기상악화 재료가 길어지면서 실제 수급상 문제로 발전하고 있어 추가 상승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다만 농산물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뚜렷한 변화를 찾기 어렵다. 오히려 연초 이후 모든 농산물펀드에서 평균 27억원(ETF 제외)씩 자금이 빠져나갔다.

원소윤 한화투자증권 펀드연구원은 "농산물펀드는 변동성이 높은 대안펀드로 최근과 같이 급증한 수익률이 적어도 3개월 이상 지속되야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애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해당 펀드에 대한 투자심리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검증절차가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원 연구원은 또 "최근과 같이 해외 자금이 이탈하는 상황에서는 큰 규모의 펀드에서 우선 긍정적인 변화의 신호가 나타나야 한다"며 "그 전까지 소규모의 펀드는 수익률이 높다고 해서 자금 유입이 턴어라운드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