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타차 뒤집기 '대역전'…어니 엘스 '클라렛 저그' 다시 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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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오픈 10년 만에 우승 '메이저 4승째'
선두 달리던 스콧 4연속 보기…1타차로 제쳐
선두 달리던 스콧 4연속 보기…1타차로 제쳐
제141회 브리티시오픈은 또 하나의 ‘메이저 참사’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불운의 주인공은 애덤 스콧(호주). 막판 4개홀을 남겨두고 4타차 선두를 달리던 스콧은 4연속 보기를 저지르며 어니 엘스(42·남아공)에게 우승컵 ‘클라렛 저그’를 헌납했다.
스콧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랭커셔의 로열리덤&세인트앤스링크스(파70·7086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날 전반에 2타를 잃었지만 침착하게 타수를 지키며 우승을 향해 다가갔다. 14번홀에서 3.5m 버디를 잡고 주먹을 불끈 쥐었을 때는 거의 우승을 확정한 것처럼 보였다. 4타차 단독선두이던 스콧은 15번홀 그린 왼쪽 벙커에 빠지며 보기, 다음홀에서 90㎝ 파퍼트를 놓쳐 또 보기를 했다.
앞서가던 엘스가 마지막홀에서 4.5m ‘클러치 버디 퍼팅’을 성공시켰을 때도 스콧은 여전히 1타차 선두였다. 그러나 17번홀(파5)에서 또 보기로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마지막홀에서 파를 잡아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가야 할 상황. 그러나 그의 티샷은 벙커로 떨어졌고 2m 파퍼팅은 홀을 빗나갔다. 대회 내내 멋진 퍼팅을 안겨줬던 그의 ‘빗자루 퍼터’는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실망감을 안겨줬다.
스콧은 18번홀 퍼팅을 끝내고 고개를 숙인 채 “와우”라고 되뇌이며 믿기지 않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했다. 그는 “내 손에서 우승이 빠져나갔다. 너무 실망스럽다. 이런 것이 골프 아니겠느냐”며 아쉬워했다.
스콧에게 6타나 뒤진 채 4라운드를 시작한 엘스는 이날 버디 4개, 보기 2개로 2언더파 68타를 쳐 최종합계 7언더파 273타로 1타차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그는 2002년 이후 10년 만에 이 대회 우승컵을 되찾으면서 1994년과 1997년 US오픈을 포함해 통산 네 번째 메이저 정상에 섰다.
엘스조차 막판까지 우승을 장담할 수 없었다. 그는 우승이 확정되자 “여전히 멍하다. 이건 정말 미친 게임이다”고 말했다. 또 “이겨서 기쁘지만 마음 한켠이 좋지 않다”며 스콧의 패배를 안타까워했다. 엘스는 로열리덤에서 1996년 공동 2위, 2001년 공동 3위에 그친 아쉬움을 날렸다. 특히 1996년에는 자신도 16, 18번홀에서 벙커에 빠져 보기를 하며 우승을 놓친 아픈 기억이 있다.
엘스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의 그늘에 가려 ‘2인자’ ‘황태자’로 불렸다. 1969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난 그는 테니스, 크리켓, 럭비 등을 즐기다 8세 때부터 골프채를 잡았다. 191㎝나 되는 장신으로 힘들이지 않고 물 흐르듯 치는 골프 스윙 덕분에 ‘빅 이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1991년 선샤인투어에서 프로 전향 후 유럽과 미국 무대에서 활약한 그는 1994년 US오픈을 제패한 뒤 1997년 다시 정상에 올랐다. 자폐증을 앓는 아들을 위해 치료 여건이 좋은 미국으로 이주한 뒤 2005년 7월 가족과 함께 요트를 타다가 왼쪽 무릎을 다쳐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올해는 19년 만에 마스터스 초청을 받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통산 15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노렸던 우즈는 합계 3언더파로 공동 3위에 그쳤다. 최경주(42)는 합계 5오버파 공동 39위, 배상문(26)은 합계 9오버파 공동 64위에 머물렀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