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조만간 ‘제2 경제개혁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이 국내외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이영호 총참모장의 제거가 개혁 개방으로 가기 위한 조처라는 분석이 제기되는 가운데 최근 당 기관지에 경제기사 게재가 부쩍 늘었고, 최고 지도층의 발걸음이 경제관련 시설에 집중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최근 1면에 경제 기사를 비중 있게 배치했다. 김정일 체제 때만 해도 노동신문은 1면에 경제 기사를 가끔 올리긴 했으나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등 최고 지도자의 동정이나 노동당 정책 등을 주로 다뤘다.

노동신문의 이 같은 지면 변화는 김정은 체제를 출범한 북한이 2002년의 ‘7·1 경제관리개선조치’에 이어 ‘제2 경제개혁 조치’를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 한 요인이 된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북한은 2002년 7월1일 기업의 자율권 확대 등 시장경제 요소를 담은 경제개혁을 단행했으나 유야무야됐으며 이는 군부의 반발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게 우리 정부의 분석이다.

지난 10일자 노동신문은 1면에 ‘전국 탄광들이 석탄증산 투쟁에서 자랑찬 성과를 냈다’는 내용을 5단으로 크게 소개했다. 17일자에는 남흥청년화학연합기업소의 ‘새로운 가스발생로 조작방법’ 도입 소식을 1면에 소개한 것을 비롯해 1면 전체 기사 8꼭지 중 경제 기사가 4꼭지였다. 18일자 1면에도 황해제철연합기업소의 철강재증산 투쟁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지난 1~3월 노동신문 기사를 정치 경제 등 7개 분야로 분류해 분석한 결과 전체 기사 중 경제 기사 비중은 1월(132꼭지), 2월(141꼭지), 3월(233꼭지)로 갈수록 증가 추세를 보였다. 조 연구위원은 23일 “북한이 내부적으로 개혁 분위기를 조성하고 외부 세계에 대해서도 변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8~9월께 농업, 서비스·무역, 시장, 외자유치, 금융 등 5개 부문에 대한 개혁(제2의 7·1조치)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주펑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이날 서울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열린 ‘김정일 시대 이후…’란 주제의 초청 강연에서 “북한이 과거 중국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모방해 변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