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차세계대전이 끝난 1918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사랑하는 다섯 명이 모여 전쟁 때문에 중단된 음악제를 되살리기로 했다. 시인이자 극작가인 휴고 폰 호프만슈탈, 작곡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무대장치가 알프레드 롤러, 잘츠부르크 시극장국장인 막스 라인하르트, 지휘자 프란크 샬츠. 이들은 1920년 8월22일 잘츠부르크 대성당 앞 광장에서 호프만슈탈의 연극 ‘예더만(Jedermann·아무나)’을 공연했다.

92년이 지난 지금도 7월 말이 되면 같은 장소에서 ‘예더만’이 공연된다. 이 연극이 페스티벌의 시작을 알리면 세계의 클래식 애호가들은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모여든다. 이곳에서는 45일간 명지휘자들과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클래식과 오페라의 향연을 펼친다.

이 페스티벌은 1950년대 명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 총감독을 맡으면서 최고 수준의 음악축제로 거듭났다. 해마다 2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으며 티켓 판매율 95%를 자랑한다. 지난 20일 개막한 올해 페스티벌은 9월2일까지 계속된다. 국내에서는 수년 전부터 국내 클래식 애호가를 위한 여행 패키지가 생겼지만 1000만~3000만원에 달하는 가격과 6개월 전에 티켓이 매진되는 게 걸림돌이었다.

올해는 상황이 달라졌다. 공연 실황을 실시간 혹은 시차 중계로 복합상영관 메가박스에서 볼 수 있다. 페스티벌 영상물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지닌 유니텔클래시카는 232개 공연 중 5개의 프로그램을 선정했다.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의 대표 공연인 빈 필의 공연이 두 차례 생중계된다. 29일 오후 6시 ‘러시아 음악계의 차르’ 발레리 게르기예프 지휘로 스트라빈스키의 ‘시편교향곡’과 무소르그스키의 ‘죽음의 춤과 노래’, 프로코피예프 교향곡 5번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내달 5일에는 마리스 얀손스의 지휘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돈 주앙과 바그너의 베젠동크 가곡집, 브람스 교향곡 1번을 들을 수 있다.

한국 시간으로 새벽에 펼쳐지는 오페라 세 편은 당일 오후 7시 극장에서 선보인다. 내달 2일에는 푸치니의 ‘라 보엠’, 4일에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낙소스 섬의 아드리아네’(연주 빈 필하모닉), 7일에는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연주 콘체투스 무지쿠스 빈)를 만나볼 수 있다. ‘라 보엠’에는 스타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여주인공 미미로 출연한다.

페스티벌 실황은 서울 코엑스점과 센트럴점, 목동점, 부산 해운대점에서 3만원(청소년 2만5000원)에 볼 수 있다. 유니텔클래시카 한국지사가 운영하는 클래시카 TV채널을 통해 스카이라이프(128번), CJ 헬로TV(55번)와 올레TV(90번)에서도 만날 수 있다. 단, 오페라는 자막이 없기 때문에 미리 내용을 익혀 두는 게 좋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