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4일 오후 국민 앞에서 두 번이나 깊이 머리를 숙였다. 저축은행의 로비를 받은 혐의로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되고 최측근인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데 대해 대국민 사과 담화를 발표하면서다.

대국민 사과는 당초 이 전 의원의 기소 시점인 26일이나 오는 27일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 대통령의 휴가가 다음주로 잡혀 있는 데다 런던올림픽이 28일부터 열리기 때문에 그 전에 ‘털고 가지 않겠느냐’는 게 일반적 관측이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이날 전격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단행했다. 최금락 청와대 홍보수석도 발표 45분 전에야 통보를 받았다. 담화문은 이 대통령이 A4용지에 친필로 작성했다.

대국민 담화를 서둘러 발표한 것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국내 경제 상황을 고려했다는 후문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대통령은 안 좋은 일이 많지만 경제 위기만큼은 직접 나서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이를 위해 사과할 것은 빨리 사과하고, 심기일전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핵심 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2008년보다 경제위기의 강도가 더 강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형님·측근 비리로 시간을 끌 수 없다는 인식이 확고하다”며 “임기 말까지 경제위기 해결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개탄과 자책만 하고 있기에는 나라 안팎 상황이 너무 긴박하고 현안 과제가 엄중하고 막중하다”며 “대통령으로서 책무를 잠시도 소홀히 할 수 없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사이후이(死而後已·죽을 때까지 쉬지 않고 일하겠다)’의 각오로 성심을 다해 일하겠다’고 밝힌 것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며 “이는 임기 말까지 열심히 일만 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영우 새누리당 대변인은 이 대통령의 사과에 대해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남은 임기 동안 비리 예방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은 “사과가 진정성을 인정받으려면 대선자금에 대한 솔직한 자기 고백이 우선됐어야 한다”며 “대통령의 사과는 너무 늦고 알맹이가 없는 말로만 하는 사과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