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취재단 = 런던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사격 선수들이 한식 도시락 덕에 모처럼 제대로 끼니를 챙겼다.

20일 영국에 도착한 사격 대표 선수들은 며칠간 제대로 된 '밥'을 먹지 못했다.

개막 다음날인 28일부터 메달 레이스에 들어가는 터라 경기장소인 영국 왕립 포병대 기지와 가까운 선수촌에 곧바로 입촌했는데 선수촌 음식이 기대 이하였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 음식이 다양하게 마련돼 있어도 한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선수들의 한결같은 반응이다.

천만다행으로 김치와 깍두기가 선수촌 식당에서 제공되기는 하지만 곁들여 먹을 쌀밥이 인도나 동남아 방식으로 조리돼 있어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

햄버거를 사다가 김치와 함께 먹는 방법이 그나마 선수들이 찾아낸 가장 나은 조합인데 경기장에 훈련하러 나오면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견디다 못한 대표팀은 결국 브루넬 대학에 차려진 한국 선수단 훈련캠프에 지원을 요청했고 도착 나흘째인 23일(현지시간) 첫 한식 도시락이 경기장에 배달됐다.

한창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 시기에 입에 맞지 않는 음식으로 며칠간 애를 먹은 사격 선수들은 제대로 갖춰진 '밥상'에 희색을 감추지 못했다.

서른 줄을 넘긴 고참 선수들이 특히 열렬한 반응을 보였다.

오전 훈련 때 마주친 김학만(36·상무)은 "햄버거에 깍두기 얹어서 먹다가 오늘 처음 한식 도시락을 먹는다"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오후 훈련을 끝내고 만난 진종오(33·KT)는 "올림픽에만 세번째로 참가하면서 선수촌 밥이 맛없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오늘 도시락 덕에 런던 오고 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밥을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반면 이들보다는 신세대에 속하는 김종현(27·창원시청)은 점심 맛있게 먹었느냐는 질문에 "그냥 고기반찬이죠"라며 '쿨하게' 답하고 지나갔다.

(런던=연합뉴스) inishmor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