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대표팀 이끄는 한국인 지도자는 11개국 14명
"한국이 잘해줘야 우리도 기가 살죠"

특별취재단 = 런던 올림픽에서도 어김없이 다른 나라 선수들을 이끄는 한국인 양궁 지도자들이 총집결했다.

23일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와 대한양궁협회에 따르면 지도자가 한국인인 양궁 선수단은 11개국이며 그 수는 14명이다.

이기식 미국 감독, 이웅 멕시코 감독, 석동은 이탈리아 감독 등은 이미 그 나라에서 명장으로 인정받은 지 오래다.

양궁 기반시설이 거의 없고 엘리트 선수도 없는 척박한 나라에서 올림픽 출전자를 양성해낸 개척자들은 명장에 못지않은 주목을 받는다.

유소년, 주니어 지도자까지 겸임하며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일을 혼자 도맡는다는 게 이들 지도자의 특색이다.

이재형 말레이시아 감독은 말레이시아에 처음으로 올림픽 단체전 출전권을 선사했다.

문백운 이집트 감독은 선수가 아예 없는 이집트에서 어린 선수부터 육성해 2011년 싱가포르 유스올림픽에서 남자 개인전 금메달리스트를 배출했다.

정재헌 감독이 이끄는 필리핀도 사상 처음으로 남녀 개인전 출전권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

안형승 감독도 그루지야에 사상 최초의 올림픽 출전권을 안겨 그 나라 체육당국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박만석 이란 감독은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으나 재계약이 불발해 런던에서 지휘봉을 잡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지도자의 마음에는 자국 선수들이 입상권에 진입하는 등 선전했으면 하는 생각과 한국이 세계 최강의 지위를 지켰으면 하는 생각이 공존했다.

정재헌 필리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한국이 계속 잘해줘야 한다"며 "한국 양궁의 위상이 있기 때문에 우리 지도자들도 밖에서 힘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조형목 스페인 감독은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갑고 태극기만 봐도 가슴이 뭉클하다"며 "내가 비록 팀 스페인에 있지만 팀 코리아를 응원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수한 지도자들의 해외 진출은 기술 유출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해외에 나간 지도자들이 결국 한국의 '메달 사냥'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다른 편에는 양궁의 전력이 평준화해 한국이 더 긴장하고 노력하는 자극제가 된다는 의견도 있다.

세계 최고의 명장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이기식 감독은 후자의 견해를 품고 있었다.

이 감독은 "세계 양궁계에 한국인 지도자들이 많아지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며 "한국을 넘어서려고 노력하는 지도자들을 격려할 때 한국 양궁도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하는 한국인 양궁 지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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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국가·직책 │ 경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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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동은 │ 이탈리아 감독 │ 전 서울시청 감독 │
│ │ │ 전 영국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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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숙 │ 이탈리아 코치 │ 전 한국 국가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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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형목 │ 스페인 감독 │ 전 계양구청 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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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식 │ 미국 감독 │ 전 한국 감독 │
│ │ │ 전 상무.인천제철 감독│
│ │ │ 전 호주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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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웅 │ 멕시코 감독 │ 전 한국 코치 │
│ │ │ 전 인천전문대 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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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현 │ 멕시코 코치 │ 전 국가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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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송희 │ 멕시코 코치 │ 전 국가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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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희식 │ 브라질 감독 │ 전 국가대표 │
│ │ │ 전 현대제철 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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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형 │ 말레이시아 감독 │ 전 국가대표 코치 │
│ │ │ 전 강남대 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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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빈 │ 태국 감독 │ 전 국가대표 │
│ │ │ 전 서울시청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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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형승 │ 그루지야 감독 │ 전 서울시청 선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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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룡 │ 콜롬비아 감독 │ 전 국가대표 코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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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백운 │ 이집트 감독 │ 전 FITA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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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헌 │ 필리핀 감독 │ 전 서울시청 감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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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연합뉴스)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