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은 지금까지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5개, 동메달 1개를 거둔 효자 종목이다. 대한민국 사격은 1988년, 1992년에 전성기를 맞은 뒤 한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다시 빛을 보기 시작해 진종오가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를 따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단일 종목으로는 우리 대표팀이 국제대회에서 거둔 역대 최다 규모인 금메달 13개, 은메달 8개, 동메달 7개를 따는 쾌거를 이뤘다. 이번 런던대회에서 한국 사격은 금메달 2개 이상을 노리고 있다.

우리 사격 대표팀의 이 같은 성과 뒤에는 한화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강초현 선수가 고교 졸업 후 적을 둘 팀이 없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1년 갤러리아 사격단을 창단했다. 한화는 김정 고문이 2002년 대한사격연맹을 회장을 맡은 뒤 지금까지 80여억원의 사격발전 기금을 지원, 국내 사격선수들의 운동 여건 개선에 힘쓰고 있다.

김 회장은 2008년부터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를 통해 국내 사격선수들의 실력 향상과 유망주 발굴에 기여하고 있다. 한화회장배 전국사격대회는 대한사격연맹 창설 이후 기업이 주최하는 최초의 사격대회다. 이 대회는 2009년부터 국내 대회에서 유일하게 전 종목에 걸쳐 종이표적이 아닌 전자표적을 사용하고 있다. 전자표적은 종이표적에 비해 비용이 3배 이상 들어 그동안 국내 대회 대부분은 종이표적으로 진행해 왔다. 국제대회는 전자표적을 사용하는데 이에 대한 국내 선수들의 경험이 부족했던 게 현실이었다. 최근 국제대회에서 선수들이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한화회장배 대회를 통해 선수들의 경기력이 크게 향상됐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인재 육성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2002년 국가대표 선수 31명, 지도자 7명에 불과했던 한국 사격은 2012년 현재 국가대표 64명, 지도자 14명으로 성장했다. 국가대표 운영 프로그램도 체계적으로 향상했다. 대한사격연맹은 2003년부터 한화의 지원 아래 동계기간 중 국가대표 전원의 해외전지훈련을 연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같은 큰 대회에는 코치, 트레이너, 사격 전문 통역요원까지 추가로 파견해 선수관리 및 컨디션 증진을 통한 경기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김 회장은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 3명의 트레이너를 파견해 대표선수들의 심리적 부분까지 챙기는 세심한 배려를 보이기도 했다.

한화의 ‘사격사랑’은 국제대회 유치의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국제사격연맹(ISSF)은 지난 4월 한화회장배 사격대회가 열리는 경남 창원시를 2018년 세계사격선수권대회 개최지로 선정했다. 세계사격선수권대회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격 대회다. 이 대회가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1978년 서울 대회 이후 40년 만이며, 아시아에서 개최된 것도 40년 만이다.

정성택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