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실적 쇼크'가 국내 IT(정보기술) 관련주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예상치를 밑돈 아이폰 판매량에 스마트폰 수요 둔화 우려까지 불거지고 있어 향후 국내 반도체업체와 관련 부품업체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주식시장에서 유가증권시장 전기전자 업종지수는 오전 10시10분 현재 2%대 급락, 시장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증권업계에선 애플의 실적 부진이 스마트폰 시장 수요 포화에 대한 우려를 키워 휴대폰 산업 전반의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다만 휴대폰 제조 경쟁력이 돋보이는 국내 업체들의 시장 지위는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의견이 함께 제기됐다.

애플은 지난 3분기(2012년 4월~6월) 순이익이 주당 9.32달러를 기록했다고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전년 동기 주당 7.79달러에 비해 19.6% 증가했으나 시장 예상치(주당 순이익 10.35달러)에 크게 못 미친 수준이다.

주력제품인 아이폰의 판매가 예상을 큰 폭으로 하회하면서 실적이 시장 기대만큼 늘지 못한 것으로 업계에선 풀이하고 있다. 아이패드 판매가 선전했지만 아이폰의 부진을 메우기엔 역부족이었다.

전성훈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애플의 2분기 실적 부진은 휴대폰 산업의 '피크아웃'에 대한 확증"이라며 "산업 전체의 수익성 저하에 따라 이익률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란 점에서 IT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하고, 휴대폰 산업에 대한 보수적인 투자 접근을 권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예상에 못 미친 애플의 '어닝 쇼크'는 아이폰5 출시를 앞두고 수요가 지연된 데 따른 일시적인 효과란 희망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메모리, 디스플레이 관련 업체들에도 일부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김유진 토러스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 판매 우려가 높아지는 경우 메모리 업체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되고, 디스플레이업체에도 부정적이지만 면적을 기준으로 판단하면 아이폰 판매 부진에 따른 우려보다는 아이패드 미니 등 판매 증가에 따른 긍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해석했다.

따라서 애플의 실적 부진이 국내 대형 IT업체 중 SK하이닉스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점쳤고, LG디스플레이에도 다소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애플과 스마트폰 부문 경쟁사란 점에서 긍정적 혹은 중립적인 요인이란 분석이다.

한은미 하이투자연구원 역시 "삼성전자는 시장 수요 둔화에도 불구하고 3분기에도 신제품 출시 및 우월한 지역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시장점유율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전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갤럭시 S3 모멘텀으로 산업 전체의 보급률 포화 상태 진입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애플 관련 휴대폰 부품주들의 경우 주가 반등이 아이폰 신규 버전인 '아이폰5'의 부품 보급 시기와 맞물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됐다.

한 연구원은 "아이폰5에 대한 기대는 여전하지만 양산 및 출시 시점이 문제"라며 "관련 부품 종목의 주가는 애플 신제품 양산 가시화 시점부터 반등이 본격화될 듯하다"고 내다봤다.

한편 현재 대장주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2만8000원(2.39%) 떨어진 114만2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와 함께 애플과 거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SK하이닉스(-1.44%), LG디스플레이(-4.52%), 삼성전기(-2.27%), LG이노텍(-3.21%) 등 주요 IT주들이 동반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인터플렉스(-3.10%), 이라이콤(-5.69%), 실리콘웍스(-5.15%), 켐트로닉스(-4.09%) 등 중소형주의 경우 낙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