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아이폰 판매 부진으로 지난 2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이 바람에 애플 주가가 미국 나스닥 폐장 이후 5%가량 하락했다.

애플은 아이패드 판매대수가 분기 신기록을 세웠다는 점을 강조했으나 월스트리트저널 등 언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아이폰 슬럼프’라는 표현까지 썼다.

◆아이폰 판매량 2분기째 감소

애플은 지난 2분기(4~6월)에 매출 350억달러, 순이익 88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에 비하면 매출은 22%, 순이익은 20% 증가했다. 문제는 직전 분기(1~3월)에 비해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11%, 24%나 감소했다는 점이다.

애플은 지난 4~6월에 아이폰을 2600만대 판매했다. 전년 동기에 비하면 28% 늘어났지만 작년 4분기 3700만대, 올해 1분기 3510만대에 비하면 두 분기 연속 감소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했던 2900만대에 비해 300만대 미달했다. 평균 판매가격도 전분기 647달러에서 624달러로 23달러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올 가을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폰 신제품을 기다리면서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도 콘퍼런스콜에서 “가을 전환”이란 표현을 여러 차례 사용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삼성의 시장 잠식도 원인으로 꼽힌다.

‘아이폰 슬럼프’란 지적에도 일리가 있다. 애플이 9월이나 10월쯤 아이폰 신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하면 3분기 아이폰 판매도 전분기 대비 감소할 수 있다. 아이폰은 3분기째 감소한 전례가 없다. 아이폰 판매가 줄어든 사이에 삼성 스마트폰은 작년 4분기 3650만대, 올 1분기 4440만대로 증가했고 2분기에도 5000만대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아이패드와 애플TV는 선전

아이패드는 호조를 이어갔다. 판매대수가 170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4% 증가했다.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했던 1600만대보다 100만대 많았다. 애플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2분기 17%에서 올해 2분기 26%로 껑충 뛰었다. 아이폰의 매출 비중은 이 기간 중 58%에서 46%로 뚝 떨어졌다.

피터 오펜하이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특히 교육 부문에서 호조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텍사스의 한 학군에서는 학생 및 교사용으로 아이패드를 한꺼번에 1만1000대나 구매했다고 밝혔다. 아이패드는 매출에서도 아이폰 등장 이전 주력 제품이던 맥 컴퓨터를 제치고 아이폰에 이어 ‘넘버 2’로 자리를 굳혔다.

맥 컴퓨터 판매대수는 400만대로 예상치(430만대)에 미달했다. 하지만 작년 2분기에 비해서는 2% 증가했다. 세계 PC 시장이 역성장한 것으로 추정되는 것에 비하면 선전했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생전에 “취미”라고 말하면서도 강한 집념을 보였던 애플TV(셋톱박스)도 전년 동기의 3배인 130만대가 팔렸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