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TV(IPTV) 업계가 경쟁체제로 접어들면서 방송 콘텐츠 가격이 날로 하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상파 채널들은 각사 콘텐츠를 함께 제공하는 ‘푹(POOQ)’ 서비스를 하면서 콘텐츠 가격을 직접 결정해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박종진 SBS콘텐츠허브 뉴미디어사업 실장은 지난 24일 방송회관에서 열린 미래전략포럼에서 “IPTV 수신료가 아주 낮게 형성돼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포럼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국내 콘텐츠산업의 건전한 생태계 구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했다.

박 실장은 IPTV 1인당 수신료가 2008년 4만1070원에서 2009년 3만5240원, 올해 2만8511원으로 하락추세에 있다고 지적했다. IPTV를 운영하는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업체들이 TV와 전화, 인터넷 서비스를 묶은 결합상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전화와 인터넷 서비스 등을 뺀 방송 콘텐츠 수신료는 올해 8000원으로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적어도 1만원은 돼야 수익이 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IPTV 가입자가 500만명으로 급성장한 이면에는 국내 유료방송시장의 수신료 저가구조가 확대 재생산되는 문제가 놓여 있다는 설명이다. 케이블방송의 월간 사용료도 한국이 평균 7달러로 필리핀(12달러)이나 태국(24달러)보다 낮다.

박 실장은 “협상력을 키운 IPTV업체들은 한 시간짜리 프로그램의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요금을 기존 20원에서 10원으로 내려달라고 요구한다”며 “이는 VOD 편당 광고 20원보다 낮은 금액”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 MBC SBS EBS 등 지상파 4사는 이날부터 ‘푹’이란 공동 플랫폼 서비스를 개시했다. MBC와 SBS가 40억원씩 투자해 50%씩 지분을 나눠 갖고, KBS와 EBS는 콘텐츠만 제공하는 형태다.

박 실장은 “콘텐츠 가격을 직접 매겨 검증해보기 위해서”라며 “전략적인 대안이 있어야 IPTV를 운영하는 거대 기업들에 대해 협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푹은 PC,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N스크린을 통해 4사 콘텐츠를 실시간 및 VOD로 시청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가입자는 하나의 ID로 단말기 구분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가입비는 현재 무료이며 9월부터 4900원, 내년부터 1만원을 받을 예정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