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애완견들의 잘못된 습관을 고쳐준다는 한 외국 TV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소개된 사례 중에는 주인과 함께 출근하는 개도 있었다. 이 녀석이 주인의 직장 동료들을 물거나 회사에서 큰 소리로 짖어대는 것이 문제였다. 하지만 궁금했던 건 개의 행동 교정 과정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도대체 어떤 회사길래 개를 데리고 갈 수 있는지, 직장동료들이 과연 이를 용인할지가 더욱 궁금했다. 그저 회사 사장이 개를 꽤나 좋아하나보다 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며칠 전 CNN에서 ‘오피스 도그(office dog·사무실 애완견)가 스트레스를 줄여줄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영국의 한 건축회사 사무실에서 기르는 테리어 종의 애완견을 소개하며 이 개가 직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것은 물론 직장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회사 입장에서는 큰 돈 들이지 않고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이라는 멘트도 달았다. 오피스 도그가 업무 만족도를 높인다는 연구결과까지 제시했다. 미국 버지니아주의 커먼웰스대 랜돌프 바커 교수팀이 제조와 소매분야 기업 종업원 55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개를 데리고 출근하는 직원들은 업무 중 스트레스가 덜하고 직업 만족도가 높았다는 것이다.

직장에서 기르는 것이든, 종업원 소유 애완견이든 외국에서는 이제 오피스 도그를 접하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생산성도 올리고 고객들에게도 좋은 인상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회사는 직원 달래기 차원에서 오피스 도그를 활용하기도 한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 급여를 올려주지 못하거나 연금, 또는 건강보험 혜택을 줄일 경우 ‘애완견과 동반출근’을 허용하는 게 대표적이다. 심지어 이직하려는 직원에게 ‘당근’으로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렇지만 어딜 가나 개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또 업무 집중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오피스 도그 에티켓’을 회람시키는 회사도 있다. 미국 멤피스의 마케팅회사 아처 말모는 “마라톤 회의가 잡힌 날엔 개를 데려오면 안됩니다. 자신의 애완견이 동료의 간식거리에 코를 들이대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라는 메모를 돌리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아직 개와 함께 근무하는 직장이 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러나 애완견 수 460만마리에 관련 산업만도 연간 5조원에 육박하는 우리나라다. 애견 카페도 속속 등장해 영업중이다. 고령화 저출산 이혼 등으로 1인 가구가 늘면서 어딜 가든 반려견과 함께하고 싶다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국내 회사에서도 개 짖는 소리를 들을 날이 그리 머지않은 것 같다.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