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누리 경제민주화모임은 폭주를 멈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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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전·현직 의원 50여명이 참여하는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 또 일을 저질렀다. 소속 의원 24명이 대기업의 이른바 계열사 일감몰아주기를 엄벌하겠다며 공정거래법개정안을 발의한 것이다. 이 법안은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지원기업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고시를 통해 지분 매각이나 회사 분할 같은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게 강제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시장지배력을 남용하거나 중소기업과 불공정 거래를 한 기업도 같은 처벌을 명령할 수 있게 했다.
그룹 총수 일가의 소위 사익편취를 원천봉쇄하려면 이런 법안이 필요하다는 게 대표발의자인 이종훈 의원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 처벌 대상 항목은 특정하기도 어렵지만 처벌 가능성 여부를 두고 논란도 많은 거래형태들이다. 민간 기업의 재산권과 경제활동의 자유 침해 같은 것은 무시해도 된다는 경제 민주화의 반민주성을 보게 된다. 당장 과잉입법이요,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이 법안은 대기업의 거래는 계열사와의 내부거래건, 중소기업과의 외부거래건 모두 부당이익을 챙기는 범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기업거래 금지법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소위 그룹 총수와 대주주의 사익편취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법은 지금도 한둘이 아니다. 지난 4월부터 시행 중인 개정 상법과 그 시행령에서는 그룹 총수와 그 가족을 포함한 이사에 대해 자신과 제3자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기회와 자산을 이용하지 못하게 엄격히 제한하고 이를 어길 때는 무거운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상법 397조~401조). 임원들이 오너 가족들의 사익편취를 지원하려면 손해배상까지 각오해야 한다. 게다가 부당한 계열사 내부거래에 대해서는 대주주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는 규정도 마련돼 있다. 오죽하면 기업 규제기관인 공정위에서조차 새누리의 이번 방안에 대해 무리한 입법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겠는가.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이란 조직은 앞으로도 괴이한 법안들을 줄줄이 만들어낼 작정이다. 기업 오너의 배임·횡령죄를 살인죄 수준으로 엄벌하는 1호 법안과 이번 2호 법안에 이어 다음달 중순까지 순환출자 금지, 산업자본의 금융사 소유규제 강화 등을 내용으로 한 3~5호 법안을 계속 낼 것이라고 한다. 그 다음에는 비정규직 보호 같은 노동문제도 다룰 것이라고 기세를 올리고 있다. 대선 전까지 어디로 튈 지 누구도 모른다. 무슨 혁명위원회 같은 분위기마저 풍긴다. 이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후보의 묵인 내지 비호가 없으면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 그런 정황들이 한둘이 아니다. 박 후보의 눈치를 보기에 바쁜 새누리당 지도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시장과 자유를 탄압하고 기업활동을 범죄목록으로 만드는 것이 지금의 경제 민주화다. 새누리당의 정체성이 지금 심각한 의심을 받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외칠수록 더 그렇게 된다. 일부에서는 다만 정치공학적 접근일 뿐이며 대선과정에서의 과잉이라고 설명하는 모양이지만 이는 터무니 없는 이념의 훼절이며 좌익에 대한 항복노선에 불과하다. 정치는 게임이 아니다. 진지한 고민이라고는 없는 무이념 정당에 어떻게 정권을 맡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