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에일먼 캘리포니아주 교직원연금(CalSTRS)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올해 초 전 직원을 대상으로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벤 버냉키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2014년까지 제로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직후였다. 회의 주제는 “(채권 이자수익을 대체할) 새 수익원을 발굴해 포트폴리오에 반영하라”는 것이었다.

미국 연기금들이 CalSTRS처럼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 나서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여개 국가의 기준금리가 연 1%를 밑돌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연일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어 채권 이자만으로는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캘퍼스 “30년 내 고갈”

미국에서 연기금들의 연간 목표수익률은 7.5% 선이다. 근로자들이 내는 부담금과 은퇴자들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한 연금액을 감안할 때 1년에 7.5% 이익은 내야 안정적으로 펀드를 운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실제 수익률은 목표에 턱없이 못 미친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퇴직연금(캘퍼스·CalPERS)이 지난주 발표한 연간 수익률 잠정치(6월30일 기준)는 1%다. 2007년에는 19.1%에 달했다. 수익률 추락으로 캘퍼스의 자산 규모는 2007년 2514억달러에서 올해 2330억달러로 줄어들었다. CalSTRS도 “올해 연간 수익률이 1.8%에 불과할 것”이라며 “이런 추세대로라면 30년 안에 펀드가 고갈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돈 굴릴 곳이 없다”

연기금들의 수익률이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고정 수익원’인 채권 금리 하락이다.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를 부양하고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해 정책 금리를 경쟁적으로 인하해 국채와 회사채 수익률이 크게 떨어졌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 최근 “비정상적으로 낮은 채권 금리로는 어느 누구도 목표수익률을 달성할 수 없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것도 수익률 하락의 원인으로 꼽힌다. 캘퍼스는 51억달러를 절대수익률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지만 지난 5년간 헤지펀드를 통한 수익률은 연평균 0.7%에 불과했다. 금융위기 이후 시장의 변동성이 커져 헤지펀드들도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체 수익원을 찾아라”

연기금들은 이에 새로운 고정 수익원을 찾아 나섰다. 퇴직자들에게 안정적으로 연금을 지급하기 위해선 채권을 대체할 수익원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CalSTRS는 은행 대출 자산이나 인프라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고정 임대수익을 올릴 수 있는 오피스 빌딩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해리스프라이빗뱅크의 잭 애블린 CIO는 “(기관 고객들에) 부동산투자신탁(REITs), 우선주, 고배당주 등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기금들의 바뀐 투자전략은 이미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S&P500 지수에 포함된 이동통신업체들의 주가가 올 들어 13.5%나 급등한 게 대표적이다. 연기금들의 고배당주 선호 현상이 낳은 결과다. 이동통신업계의 평균 배당수익은 4.8%에 달한다고 FT는 설명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