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건설업체에 근무하는 배모 차장은 최근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지점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작년에는 연 7.9%였던 대출금리가 연 8.8%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신용대출 금리가 연 9.0%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그동안 기준금리가 많이 떨어졌는데도 신용대출 금리가 되레 올랐다는 게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로 시장금리가 지속 하락했는데도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매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이 불거진 상황에서 은행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은행과 은행권에 따르면 2009년 연 7.09%였던 신규 신용대출 금리는 2010년 연 7.19%, 지난해 연 7.82%로 오른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연 7.95%까지 뛰었다. 이는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의 연 8.44%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CD 금리(91일물 기준)는 5.49%에서 3.54%로 2%포인트가량 하락했다.

은행들은 신용대출 금리가 시장금리에 연동돼 결정된다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반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반면 기업대출 금리는 2008년 연 7.17%에서 올해 5월 연 5.74%로 크게 떨어졌다. 회사채 금리는 7.02%에서 4.01%로 급락했고, 국고채 금리는 5.27%에서 3.38%로 내려갔다. 저금리의 수혜를 기업과 정부만 받은 셈이다.

시장금리의 하락에 힘입어 은행은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은행이 발행하는 금융채 금리는 2008년 6.19%에서 올해 5월 3.87%로 2%포인트 넘게 떨어졌다. 정기예금 금리도 연 5.67%에서 연 3.63%로 크게 하락했다.

신용대출 금리가 올라가면서 서민들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고 2금융권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우리·신한·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51조1648억원으로, 작년 말(51조7805억원)보다 6157억원(1.2%) 감소했다. 이 기간 국민은행의 개인 신용대출은 3306억원 줄었고 우리은행이 2923억원, 하나은행이 664억원 각각 감소했다. 신한은행만 소폭(736억원)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대출 금리가 오른 데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신용등급 5~6등급인 대출 신청자에 대한 심사를 깐깐히 한 결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은행들이 대출을 옥죄면서 서민들이 2금융권으로 몰리는 ‘풍선 효과’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상호금융회사(단위농협 등)의 대출은 작년 말 157조1719억원에서 올 4월 말 158조2942억원으로 1조원 이상 증가했다. 같은 기간 생명보험사는 5조129억원, 새마을금고는 3347억원, 신용협동조합은 577억원 각각 늘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