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부근 '아프리카 사냥'…9일간 7개국 강행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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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투데이] "검은 황금시장…삼성 TV·가전 매출 4배 늘린다"
“2015년까지 아프리카에서 삼성 TV와 가전 매출을 4배로 늘리자.”
24일(현지시간) 동아프리카 최대 도시인 케냐 나이로비의 한 호텔.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사진)은 케냐, 탄자니아, 우간다 등 아프리카 주요국 지사장·법인장 20여명이 참석한 지법인장 회의에서 이처럼 강조했다.
윤 사장은 “아프리카에서 비즈니스 기회가 커지고 있다”며 “본사 차원에서 시장 개척을 전폭 지원할 테니 환율, 경기 부진 등 위기 요인을 기회로 삼자”고 주문했다. 그는 나이로비 시내 주요 매장과 거래처 등을 찾아 현지 직원과 고객의 목소리도 들었다.
지난 18일 아프리카로 떠난 윤 사장은 20일 나이지리아 라고스, 22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 이어 24일 케냐 나이로비까지 이틀 간격으로 아프리카 주요 지역을 돌며 현지 법인장들에게 ‘삼성의 1등 정신’을 재차 강조했다.
8박9일간 7개국 출장의 강행군을 끝내고 26일 서울로 돌아오는 윤 사장은 “아프리카는 우리가 생각하는 빈곤과 기아, 질병이 많은 곳이 아닌 기회의 땅이며 우리 사업의 미래라고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적으로 투자해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TV 냉장고 에어컨 등 전 제품에서 경쟁사가 따라올 수 없는 ‘초격차’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아프리카 시장은 가전업계의 신흥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자원 개발 등으로 고소득층이 늘어나면서 TV 시장에선 브라운관 TV가 점차 LCD(액정표시장치) TV로 대체되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아프리카에서도 질주하고 있다.
시장조사 회사인 Gfk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아프리카 평판 TV 시장에서 38.7%의 점유율(금액 기준)로 1위를 차지했다.
특히 고가 프리미엄 제품일수록 삼성 제품은 위력을 보이고 있다. 3D(3차원) TV와 스마트 TV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57.9%, 51.3%로, 2위와 2배가 넘는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에 힘입어 이 기간 TV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7% 증가했다.
삼성은 TV를 포함해 가전 전 제품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내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 점유율은 냉장고 20.6%(1위), 세탁기 37.0%(1위), 에어컨 25.7%(2위) 등이다. 대형 정보디스플레이(LFD) 매출도 지난해보다 50% 늘었다.
남아공의 관문인 요하네스버그의 OR 탐보 공항에 LFD를 공급하고 있으며, 나이로비의 최고급 아파트엔 잇따라 삼성 시스템에어컨이 설치되고 있다.
올 하반기엔 아프리카 최고급 호텔 체인인 ‘서던 선(Southern Sun)’에 TV를 대량 납품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군의 성장에 힘입어 올해 아프리카 매출은 지난해보다 40% 이상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아프리카 시장에서 선전하게 된 데는 글로벌 브랜드 파워와 함께 현지화 노력을 빼놓을 수 없다. 2009년 아프리카총괄을 출범시킨 뒤 ‘아프리카를 위해 만든다(Built For Africa)’는 슬로건 아래 현지 맞춤형 제품을 공급하는 데 주력해왔다. 불안한 전기 사정을 감안해 내압기능을 높인 ‘서지세이프 TV’, 취약한 방송 인프라에 맞춘 ‘프리 위성TV’ 등이 대표적인 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윤 사장이 아프리카 출장 중 가장 강조한 것은 ‘1등 정신’”이라며 “TV 사업에서 2006년부터 ‘6년째 글로벌 TV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듯이 아프리카에서도 또 다른 신화를 일궈내자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