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전국 68개 특급호텔과 손잡고 전통주 보급에 나선다.

국세청은 서울·부산·제주 지역의 42개 특급호텔이 이달 25일부터, 나머지 지역의 26개 특급호텔은 8월 중 전통주를 판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국과 미국, 한국과 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으로 가격 거품이 빠진 수입 와인과 외국산 맥주의 공세에 밀리고 있는 전통주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다.

국내 전통주 시장은 2000년 196억원에서 2005년 924억원으로 규모가 커졌지만 와인과 수입 맥주에 밀리면서 지난해에는 418억원으로 줄었다. 2000년 115개였던 전통주 제조업체는 지난해 576개로 5배나 늘었지만 업체당 평균 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기 위해 허가받은 관광호텔도 위스키나 맥주 같은 외국 술을 판매하고 전통주는 거의 취급하지 않는다. 외국 관광객이 한국 전통주를 맛보고 싶어도 기회가 거의 없는 것이다.

국세청은 소믈리에(주류 전문가)를 통해 각 호텔이 제공하는 음식에 맞는 전통주를 선정해 판매하도록 할 계획이다.

현재 서울시내 20개 특급호텔 중 한식당이 있는 곳은 5군데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국세청은 일식당과 중식당에서 전통주 판매를 장려하고 있다.

국세청은 또 전통주 활성화를 위해 유통망을 개선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술은 주류 도매상만 판매할 수 있다. 그러나 국세청은 다음달 1일부터 토속상품 판매업자에 대해서는 전통주에 한해 예외적으로 주류를 취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이번 전통주 판매 확대는 와인 인터넷 판매 논의가 국세청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지난 5월 청와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인터넷에서 와인을 판매하는 방안을 강하게 요구했지만 국세청의 반대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국세청은 인터넷에서 수입 와인을 판매하는 것보다 부진한 국산 전통주 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논리를 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