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택선 교수의 생생 경제] (43) 경제 난국과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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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안팍으로 경제의 파열음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리스 스페인 등의 재정위기로부터 초래된 유로 경제의 위기는 이제 독일의 신용도를 걱정하게 만드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미국이나 일본도 딱히 내세울 모멘텀이 없는 상태에서 중국마저 바오바(保八·8%대 성장률 지키기)를 내주고 저성장을 걱정하고 있다.
내수 비중이 작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도 상황이 좋아질 리 없다. 경상수지는 흑자를 보이고 있으나 수출·수입이 같이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요, 끝없는 부동산경기 침체와 소비의 부진은 내수 경기를 허덕이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대로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통령 선거까지 올 한 해에 치러야 하는 정치적 상황이다. 선거국면에서는 늘 이러저러한 논의가 무성할 뿐 정작 정책의 실행이 유보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이 미루어지고 경제 문제는 미결인 채 자칫 악화되기 일쑤다.
게다가 올해는 정치적으로 거론되는 경제이슈 또한 예년에 비해 훨씬 더 ‘정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논의가 보편적 복지나 경제민주화 같은 것이다. 누가 복지와 민주의 가치를 폄하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경제적 이슈로서의 복지와 민주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복지와 민주의 경제적 전제가 무엇인가를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새삼 거론할 필요없이 복지는 재정능력이 문제가 된다. 경제민주화는 개념조차 합의되지 못한 채 정치적 구호로 불쑥 등장했다. 그러다 보니 실현 가능성보다는 입맛에 맞게 경제문제를 재단(裁斷)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의 전제는 성장이다. 성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경제구조의 안정과 효율성의 회복이 필요하다. 이는 생산과 소비, 정책을 담당한 경제주체가 시장원리를 존중할 때 가능해진다. 시장원리는 아무나 자신의 논리를 강변하기 위해 끌어다 쓰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오늘날 문제가 되는 많은 경제 이슈들이 시장원리를 도외시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은 자명하다.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이러한 논리가 경제 문제 해결에 대한 장기 비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일자리와 성장률에 대해 부풀려진 숫자를 남발하는 상황도 문제지만 이러한 논의가 중심이 되지 못하는 것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문제를 둘러싸고 숫하게 많은 정치적 공약과 구호가 오히려 경제에 어떠한 역풍으로 작용했는지를 잘 알고 있다. 지금과 같은 총체적 경제난국에서는 정치적인 색깔을 뺀, 쓰지만 약이 되는 정책과 공약을 개발할 때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시장원리는 정치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관여하지 않아야 살아난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
‘노택선 교수의 생생경제’는 이번주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다음주부터는 민세진 동국대 교수(경제학)가 칼럼을 집필하게 됩니다.
내수 비중이 작고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도 상황이 좋아질 리 없다. 경상수지는 흑자를 보이고 있으나 수출·수입이 같이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요, 끝없는 부동산경기 침체와 소비의 부진은 내수 경기를 허덕이게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심지어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2%대로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드는 것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통령 선거까지 올 한 해에 치러야 하는 정치적 상황이다. 선거국면에서는 늘 이러저러한 논의가 무성할 뿐 정작 정책의 실행이 유보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이 미루어지고 경제 문제는 미결인 채 자칫 악화되기 일쑤다.
게다가 올해는 정치적으로 거론되는 경제이슈 또한 예년에 비해 훨씬 더 ‘정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논의가 보편적 복지나 경제민주화 같은 것이다. 누가 복지와 민주의 가치를 폄하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경제적 이슈로서의 복지와 민주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복지와 민주의 경제적 전제가 무엇인가를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다.
새삼 거론할 필요없이 복지는 재정능력이 문제가 된다. 경제민주화는 개념조차 합의되지 못한 채 정치적 구호로 불쑥 등장했다. 그러다 보니 실현 가능성보다는 입맛에 맞게 경제문제를 재단(裁斷)하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의 전제는 성장이다. 성장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경제구조의 안정과 효율성의 회복이 필요하다. 이는 생산과 소비, 정책을 담당한 경제주체가 시장원리를 존중할 때 가능해진다. 시장원리는 아무나 자신의 논리를 강변하기 위해 끌어다 쓰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오늘날 문제가 되는 많은 경제 이슈들이 시장원리를 도외시했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것은 자명하다.
어찌보면 너무도 당연한 이러한 논리가 경제 문제 해결에 대한 장기 비전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일자리와 성장률에 대해 부풀려진 숫자를 남발하는 상황도 문제지만 이러한 논의가 중심이 되지 못하는 것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경제문제를 둘러싸고 숫하게 많은 정치적 공약과 구호가 오히려 경제에 어떠한 역풍으로 작용했는지를 잘 알고 있다. 지금과 같은 총체적 경제난국에서는 정치적인 색깔을 뺀, 쓰지만 약이 되는 정책과 공약을 개발할 때 국민의 마음을 살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시장원리는 정치적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가 관여하지 않아야 살아난다.
노택선 < 한국외국어대·경제학 교수 tsroh@hufs.ac.kr >
‘노택선 교수의 생생경제’는 이번주를 끝으로 연재를 마칩니다. 다음주부터는 민세진 동국대 교수(경제학)가 칼럼을 집필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