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 답답할 뿐이죠.”

지난 2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주최로 열린 ‘2012 코리아 오토포럼’에서 만난 현대자동차의 한 임원은 노조 파업에 대해 묻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그는 “임금인상률이나 근로조건은 노사가 협상으로 조율할 수 있지만, 타임오프(근로시간면제제도)와 같은 문제는 기업이 바꿀 수 없다”며 “이 같은 요구안이 들어간 정치파업이니 내부적으로도 골치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차 노조의 ‘정치적 투쟁’ 향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단체교섭에서 “전임자와 피선 인원, 임금, 처우 등에 관한 사항을 노사자율로 정하자”며 타임오프 폐지를 요구안으로 들고 나왔다. 노조 측은 “법령에 따른 근로시간 면제자 축소는 노사관계를 파국과 대립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며 지난달 28일 단체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지난 13일과 20일 두 차례 금속노조 지침에 따른 정치파업을 벌였다. 또 다른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노조의 연간 조합비 수입은 110억원이며, 이와 별도로 조합비 인상을 통해 연간 90억원의 추가 조합비를 확보해 무급 전임자(85명) 임금을 충당하고 있다”며 “노조의 재정자립도가 높은 상황에서 노조전임자 임금 지급을 요구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경제학자 등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노동계와 정치권의 노조법 재개정 추진과, 이에 동조하고 있는 대기업 노조의 이기주의를 비판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여소야대로 이뤄진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쌍용차 소위원회를 만들고, 금속노조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을 국회로 불러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까지 이에 편승해 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노조법까지 건드린다면 우리 산업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대표는 “노조 측이 전근대적이고 후진적 노사관행에 얽매여 있으면 어느 기업이 생산량을 늘리는 국내 투자를 하겠냐”고 반문했다. 최근 몇 년간 안정적이었던 노사관계가 글로벌 불황이 확산되는 와중에 다시 불안해지고 있다. “노사협력없이는 연구개발과 생산효율 극대화 경쟁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유지수 국민대 총장의 조언을 노사 모두 되새겨 볼 때다.

최진석 산업부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