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이 작은 배 위에서 몸을 웅크린 채 곤한 낮잠을 자고 있다. 홀로 여행을 떠난 여인은 잔잔하게 찰랑거리는 강물의 토닥임에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여인은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못다 이룬 첫사랑을 다시 만나고 있지는 않을까. 쪽배 위의 여인은 보는 사람마다 다른 생각을 들게 한다. 삶에 지친 중년 여인의 쓸쓸한 여행일 수도 있고, 자신만의 휴가를 즐기고 있는 낭만적인 일탈일 수도 있다.

일본의 대표적 사진가 아라키 노부요시의 ‘센티멘털한 여행’이다. 사진이 언제나 무언가를 명확히 보여주어야만 할까. 작가는 작은 돌을 호수에 던지듯, 한여름 낮 여인의 꿈을 관찰자의 상상에 맡기고 있다.

신경훈 편집위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