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25일 오전 6시15분

기업어음(CP)이 회사채를 제치고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부상했다. 올 들어 27조여원이 증가해 발행 잔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사업 규모 확대로 외부 차입이 많아진 공기업과 경기 침체로 운전자금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CP를 발행하고 있어서다.

2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3일 현재 사모(私募) 발행까지 포함한 CP 발행 잔액은 116조858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27조63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작년 한 해 증가액(13조3180억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CP는 올 들어 발행이 급증하면서 회사채 순발행 규모를 앞질렀다. 23일 현재 무보증 회사채 발행 잔액은 173조407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0조7200억원 증가, CP 증가액에 한참 못 미쳤다. 회사채는 작년만 해도 CP 증가액의 세 배가 넘는 41조3220억원 증가했다. 기업들의 CP 발행 수요가 몰리면서 CP 금리는 회사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떨어졌다. 지난 12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이후 회사채 금리(3년 만기 AA-등급 기준)는 0.40%포인트 하락했으나 CP(3개월 만기 A1등급 기준)는 0.29%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만기가 주로 3개월로 회사채(주로 3년)보다 짧은 CP 발행이 늘고 있는 것은 회사채 발행보다 절차가 간단하고 투자자를 확보하기 쉽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회사채를 발행하려면 실사를 받아야 하고 각종 회사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 CP를 발행할 경우 이런 절차가 생략된다. 공모가 많은 회사채에 비해 CP는 사모로 발행할 수 있어 금리만 더 얹어주면 투자자를 확보하기도 쉽다.

CP 발행을 많이 하는 곳은 지속적으로 투자자금이 필요한 공기업과 경기 침체 영향을 많이 받는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CP 발행 잔액이 가장 많은 기업은 한국전력(4조4800억원)이다. SH공사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도 각각 2조3200억원과 2조1000억원어치 CP를 발행했다. 일반 기업 중에는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상선 LG유플러스 등이 7000억원 이상의 CP 발행 잔액을 갖고 있다.

이종명 한화증권 채권전략팀장은 “단기자금 부동화 현상이 심해지면서 머니마켓펀드(MMF)의 CP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CP 발행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