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귀중한 고문서와 기록물이 한국의 문화재 소독장비에 의해 보존된다. 바이오미스트테크놀로지(사장 최영신·54)는 ‘친환경 기록물 및 문화재 소독장비(BIO-MASTER)’ 2대를 도쿄서고(주)와 사이타마복지회에 수출했다고 25일 밝혔다. 도쿄서고는 1965년에 설립된 일본 최대 도서 및 기록물 보관전문회사로 대학이나 개인이 보관하고 있는 고문서 등을 수탁 보관해주며 사회복지법인 사이타마복지회는 복지사업과 더불어 일본의 고문서 등 도서정리사업을 하는 기관이다.

이번에 납품한 친환경소독장비는 바이오미스트가 1990년대 말부터 한국기계연구원 및 충남대와 공동으로 5년 동안 연구를 거쳐 개발한 것이다. 최영신 바이오미스트 사장은 “인체와 환경에 해를 줄 수 있는 소독제를 쓰는 기존 장비와는 달리 이 제품은 식물추출 성분과 공기 중에 있는 질소를 이용하는 환경조절방식이어서 인체나 환경에 피해가 없을 뿐 아니라 사후처리과정도 필요없어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고문서나 오래된 기록물은 곰팡이나 해충에 의한 피해를 완벽하게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훈증 소독을 실시해야 하는데 일본은 훈증소독장비를 세계에 수출해온 강국이다. 한국 역시 수십년간 일본 장비를 사다 썼다. 따라서 일본으로의 수출은 아주 까다로웠다. 훈증 소독은 진공이나 유독 기체를 사용해 멸균 소독하는 걸 말한다.

최 사장은 “문화재급 고문서 등을 소독하는 장비인 만큼 일본 시험기관 전문가의 테스트가 3년에 걸쳐 철저하게 이뤄졌다”며 “우리 회사를 여러차례 방문한 것은 물론 우리가 납품한 기관까지 찾아가 실태를 파악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일본의 한 시험기관연구소장은 일본 다이쇼(大正)대 도서관의 고문서에서 채취한 여러 종류의 미생물과 공시충(효과시험을 위한 해충 등) 및 고문서를 갖고 내한해 바이오미스트의 소독장비에서 자신들이 직접 소독한 뒤 그 시료를 일본으로 가져가 결과를 검증하기도 했다. 테스트한 지 1개월 만에 일본의 시험연구소는 소독효과에 만족감을 표시했고 이로 인해 수출 길이 열린 것이다.

최 사장은 “이번 일본 수출은 한국에서 첫 개발한 친환경소독장비의 선진국 진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낙훈 중기전문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