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명동 KB금융지주 본사 7층에서 열린 이사회 간담회에는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사진), 임영록 지주 사장(상임이사), 이경재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 7명, 민병덕 국민은행장(비상임이사) 등 이사회 멤버 10명이 참여했다.

KB금융 이사회가 이날 우리금융지주 매각 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대내외적인 환경이 우호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대내외적 경제 여건이 불확실하고 ING생명 인수 등 다른 인수·합병(M&A)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상황에서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데 적지 않은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민은행 노조의 인수 반대와 최근 금융권을 휩쓴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조작 의혹, 국민은행의 대출계약서 고객서명과 대출액 조작 논란까지 이어지면서 더 이상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아울러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경선 후보와 여야 정치권 모두 우리금융 매각을 차기 정부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요구하고 있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회의 직후 한 사외이사는 “우리금융 합병에 나서는 것은 정치적인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지난 13일 열린 이사회에서도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 여부를 논의했지만 당시 대내외적 경제 여건 불확실과 ING생명 인수 등을 이유로 이사들 간 이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KB금융 내부에서는 인수전 불참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있다. 합병에 따른 시너지를 생각하면 ‘승부수’를 던져볼 만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계열사 포트폴리오가 좋은 신한금융이 앞서 나가고 있고, 하나금융 역시 외환은행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운 상황에서 은행이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KB금융이 이대로 있다가는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많았다.

어 회장도 이런 점을 고려해 그동안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지 여부를 놓고 상당한 고민을 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실무진에 우리금융 합병 때 장단점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의 한 사외이사는 “KB의 장기 비전 차원에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었지만 외부 환경을 의식해 중도에 포기한 결과가 됐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통한 공적자금 회수는 포기할 수 없는 사안인 만큼 다음 정부에서 기회를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강동균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