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양평군 옥현리 가루매마을은 전원적인 향토마을이다. 마을 이름은 주변 산에서 칡넝쿨을 많이 볼 수 있다는 뜻의 한자어 갈음(葛陰)에서 유래했다. ‘일곱 가지 보석이 나온다’는 칠보산 능선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에서 불과 1시간 정도 거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이른 아침 시원한 공기는 도심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상큼함을 선사한다.

◆메뚜기 뛰어다니는 청정지역

가루매마을은 넓은 과수원에서 배가 음악을 들으며 자라고 있다. 20여년 전부터 제초제 등 고독성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곤충은 물론 반딧불이, 지렁이, 땅강아지, 두더지까지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가을철에는 자연산 메뚜기들이 들판을 뛰어 다닌다. 시골 출신 50대 이상들에게는 어린 시절 메뚜기를 잡아 먹던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가루매마을은 전국 최초로 배 재배에 음악을 사용한 ‘그린(녹색) 음악 농법’을 개발했다. 1987년 시작돼 어느새 25년이 흘렀다. “농작물은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옛 조상들의 말에서 착안한 농법이다. 배나무의 정서까지 고려하는 친환경 방식이다.

배꽃이 필 무렵이면 ‘배꽃 문화축제’가 열린다. 봄에 열리는 이 축제는 가루매마을의 대표 축제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관광 자원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배꽃의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돕는 인공수정 체험과 가상 꽃가루 옮기기, 윷놀이 대회 등이 펼쳐진다. 배 가꾸기를 통해 자연의 신비로움을 직접 느낄 수 있다. 배꽃이 필 무렵 마을 주변에 흐드러지게 피는 벚꽃이 축제 분위기를 절정으로 이끈다. 가을 수확철에는 배따기 체험행사를 할 수 있다. 손수 싱싱하게 익은 배를 따먹는 맛은 일품이다.

◆사계절 체험 프로그램

사계절 다채로운 농촌 체험도 할 수 있다. 봄에는 딸기따기, 산나물채취, 더덕·도라지캐기 등을 즐길 수 있다. 향그러운 자연산 나물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기회다. 여름에는 감자, 옥수수, 복숭아따기 등의 농산물 수확과 맨손물고기잡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맨손으로 물고기 잡기와 물고기 먹이 주기 체험 코스는 개울 물놀이를 경험해 보지 못한 도시 아이들의 동심을 자극한다. 가을에는 배 따기 체험이 가능하다.

연중 프로그램은 짚품공예와 콩전만들기체험 등이 유명하다. 짚솟대와 짚신, 계란꾸러미 등을 만드는 짚공예 체험은 관광객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유기농 재료를 활용한 김장담그기 등 전통 음식 만들기 체험과 소중한 쌀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농사체험 프로그램도 열린다. 이 밖에 트랙터마차타기, 천연염색, 한과만들기, 떡메치기 등도 연중 즐길수 있다.

먹거리와 볼거리 등도 풍부하다. 유기농법에 음악을 들려주며 재배한 ‘그린 음악 배’는 가루매마을의 특별한 과일이다. 음악을 듣고 자란 식물은 다른 식물보다 광합성 작용이 활발하고 잎의 가스 교환이 원활해 양분을 보다 많이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브 배꿀즙은 물을 전혀 넣지 않아 100% 순수한 배즙과 천연벌꿀에 허브만을 농축해 만들었다. 웰빙시골밥상과 무농약야콘, 참숯바비큐 등도 군침을 흘리게 만든다.

숙박시설은 원룸형 펜션이 있다. TV 냉장고 가스렌지 등 주방기구가 준비돼 있다. 성수기와 비성수기 주말은 5인 기준 10만원, 비성수기 평일은 7만원이다. 인원이 초과될 경우 추가요금을 1만원씩 받는다.

◆주변 볼거리도 풍부

주변에는 용문산관광지와 중원폭포, 풀향기나라 등 볼거리가 있다. 용문산 관광지는 경기도에서 세 번째로 높아 산세가 웅장하다. 오래된 사찰인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우리나라에 생존하고 있는 은행나무들 중에서 가장 크고 오래 됐다. 용문사 대웅전 앞에 위치하고 있다. 은행나무는 나이가 약 1100여년으로 추정되며 높이 60여m, 둘레 12m30㎝가 넘는, 동양에서는 가장 큰 은행나무다.

중원계곡도 꼭 가볼 만한 곳이다. 용문산 동쪽 자락에 솟은 중원산 동쪽 기슭에서 남쪽으로 흐르는 깊고 맑은 골짜기로 곳곳에 기암괴석이 눈에 띈다. 중원폭포는 이 계곡의 대표적인 명소다. 마당바위나 장군봉까지 1시간30분~2시간30분 안팎의 등산코스가 있다.

풀향기나라는 2000년 양평군 용문면에 문을 열었다. 인간에게 유용한 식물인 허브와 우리주변에서 사라져 가는 야생화를 한자리에 모아놨다.

민물고기 70여종을 볼 수 있는 생태학습관과 나무·꽃 100여종을 심어 놓은 세계 수련원이 있는 자연정화공원인 ‘세미원’, 나무와 꽃 향기가 가득한 ‘양평들꽃수목원’도 가족이나 연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폐교인 단월초 자리에 세워진 ‘가루니장승촌’도 꼭 한번 가볼 만한 곳으로 손꼽힌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와 ‘취화선’을 촬영한 야외 세트장으로 유명한 서울종합촬영소도 체험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강원도 홍천에 있는 대명비발디파크도 차량으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볼 수 있다.

◆찾아 가는 길

서울에서 6번국도를 타고 양평, 용문, 지평을 거쳐 가면 된다. 서울에서 약 70㎞ 거리에 있다. 차가 밀리지 않으면 올림픽대로에서 1시간 이내에 도착할 수 있다. 차량 내비게이션을 이용한다면 경기도 양평균 지평면 옥현리 1451을 입력하면 된다. 예약과 문의는 전화(031-772-9300, 010-4703-9300)나 홈페이지(http://garumae.farmstay.co.kr)에서 가능하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