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前 '결혼 부적격女', 이젠 '인기 배우자감' 등극
"키가 너무 커서…". "나이가 너무 많아서…", "장손이라서…", "유학 경험이 있어서…", "양육자녀가 있어서…" 등등

10년 전 결혼정보회사의 커플매니저들이 고객들과 상담 중에 자주 언급됐던 결혼장애 요인들이다. 그러나 사회 여건이나 결혼관 등이 변하면서 이제 이런 사항들은 더 이상 결혼을 어렵게 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장점이 되기도 한다.

결혼정보회사 비에나래와 재혼전문 사이트 온리-유가 6월과 7월에 걸쳐 상담한 미혼남녀 500명(남녀 각 250명)과 재혼희망 돌싱남녀(돌싱 : '돌아온 싱글'의 줄임말) 400명(남녀 각 200명) 등 총 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10년 전 7대 결혼장애 요인에 대한 현재의 결혼여건 분석'에서도 결혼여건 상의 대변혁을 엿볼 수 있다.


노처녀, 장신, 유학파 여성결혼 기피에서 매력女로!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결혼상대를 찾는데 어려움을 줬던 요인들이 10년이 지난 오늘날은 결혼 대상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또 이와 같은 변화를 초래한 배경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위 두 결혼정보업체의 조사결과를 토대로 살펴본다

첫째, '168cm이상의 장신 여성'은 수용 불가였다.

10년 전 이런 여성이 상담을 오면 현재 168cm 이하의 남성고객이 상담을 오는 것만큼이나 걱정거리였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남성들이 163cm 정도의 신장을 가장 선호했기 때문. 168cm 이상의 여성을 수용하는 남성은 8명 중 1명꼴이었다. 그러나 175cm 이상의 장신 남성이 증가하면서 이런 문제는 자연스레 해결돼 현재는 단점이 아니라 뭇남성들이 앞다투어 찾는 매력적인 조건이 됐다. 남성 10명 중 7명 정도가 수용.

둘째, '장손ㆍ장남'은 여성들의 결혼기피 1순위였다.

명절이나 제사 등 집안의 각종 대소사를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하에 여성 10명 중 6명 정도가 장손, 장남을 기피 대상자로 꼽았었다. 그러나 집안의 대소사가 간소화되고 자녀수가 감소함에 따라 장남이라는 인식 자체가 무의미하게 되어 장손/장남 기피 현상은 이제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여성 고객 16명 중 1명 정도가 장남 기피.

셋째, '33세 여성'은 더 이상 노처녀가 아니다.

10년 전에만 해도 결혼정보회사에서 노처녀의 기준이 33세였다. 당시 33세 이상 여성을 배우자감으로 희망하는 남성은 6명 중 1명 있을 정도로 많지 않았다. 그러나 남녀 결혼연령의 증가와 함께 33세 여성은 이제 결혼 적령기에 해당한다. 현재는 36세부터 골드미스라는 칭호(?)를 얻으며 결혼상대의 빈도가 현격하게 낮아진다.

넷째, '유학경험 여성'은 맞선상대로 부적격자였다.

해외에 유학을 갔다 왔거나 지방에서 상경하여 혼자 자취나 하숙 생활을 한 여성도 결혼에 큰 걸림돌이 됐었다. 남자관계가 문란했을 것으로 봤기 때문.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이성교제가 자유분방해 지고 사고도 개방되면서 유학경험자 기피현상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10년 전에는 남성 10명 중 6명이 맞선 대상에서 제외시켰으나 이제 2명으로 줄어든 것. 오히려 많은 남성들은 해외 유학파 여성을 장래가 유망한 커리어우먼으로 간주하여 반기는 추세이다.

다섯째, '맞벌이 여부'가 심각한 고려사항이었다.

과거에는 여성 고객 10명 중 4명 정도가 결혼 후 직업을 강요하지 않을 남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맞벌이의 보편화로 이런 배우자 조건을 고수하는 여성은 8명 중 1명에 불과하다.
비에나래의 손동규 명품커플위원장은 “10년 전에만 해도 결혼대상자들에게 부모세대의 보수적 사고방식이 많이 남아 있었다”라며 “그러나 양성 평등의식과 사회 여건의 변화 등에 따라 배우자 조건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라고 설명했다.

여섯째, 20대 및 50대 여성 재혼, 더 이상 어렵지 않다.

10년 전만 해도 46세 이상의 돌싱 여성이 재혼상담을 오면 10명 중 2명 정도만 엄선하여 등록했다. 그 만큼 상대 남성을 찾기가 쉽지 않았던 것. 그러나 이제는 57세로 상한선이 높아졌다. 최근 황혼 이혼이 증가하고 돌싱으로 오래 동안 혼자 살아온 남성들 중 재혼을 고려하는 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55세 이상의 재혼 희망 남성이 대폭 증가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의 나이 어린 돌싱들은 남녀 불문하고 재혼을 언급하기조차 쉽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20∼30대의 이혼자와 저연령대의 사실혼 경험자들이 재혼대상자로 대거 합류하면서 재혼 연령도 20대 후반까지 확대됐다. 35세 이하의 재혼 회원도 10년 전 18명 중 1명에서 7명에 1명 수준으로 늘어났다. 특히 출산 경험이 없는 단기 결혼 경험 여성들은 30, 40대 초혼 및 재혼 남성들에게 배우자감으로 인기가 높다.

마지막 일곱째, 양육 자녀 보유자는 재혼상대로 찬밥이었다.

외환위기 후 이혼은 급증했으나 재혼 문화가 성숙되는 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상대의 자녀 수용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2002년 당시만 해도 남녀 불문하고 상대의 자녀를 받아들일 태세가 된 비율은 10명 중 3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10여년이 흐르면서 재혼문화도 서서히, 그러나 가시적으로 정착되면서 이제는 양육자녀가 있는 재혼희망자의 경우 70% 정도가 상대자녀 1명을 수용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2명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그 외에도 미혼모나 3婚이상의 중혼(重婚) 대상자, 그리고 이혼 부모의 자녀 등에 대한 배우자감으로서의 인식도 차츰 호전돼 가고 있다.

온리-유의 이경 회원관리실장은 "성인이 되면 자녀들이 독립하는 서구 선진 국가와 달리 우리나라는 결혼 후에도 부모와 자녀간에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아 재혼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며 "재혼은 초혼때와는 여건이 많이 다르므로 자신의 제반 조건을 세심히 고려하여 배우자 조건을 설정해야 재혼 가능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재혼 후에도 원만한 결혼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이상미 기자 leesm1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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