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기아차 거침없는 질주 4가지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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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로벌 경쟁자 압도한 이건희·정몽구의 '초긴장 리더십'
(2) 최적의 포트폴리오…부품 ~ 완제품 구축
(3) 승자독식…소비 쏠림 시대의 최대 수혜자
(2) 최적의 포트폴리오…부품 ~ 완제품 구축
(3) 승자독식…소비 쏠림 시대의 최대 수혜자
삼성전자와 기아자동차가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삼성전자는 2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늘어난 47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79% 증가한 6조7200억원을 기록했다고 27일 발표했다. 기아차는 상반기 매출이 전년 같은 때보다 9.5% 증가한 24조3409억원, 영업이익은 25.0% 늘어난 2조3397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도 전날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았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로 구성된 ‘전차(電車) 군단’이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유럽경제 위기에 따른 세계적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승승장구한다. 다른 듯하면서도 서로 닮아 있는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오너의 초긴장 리더십 △최강의 제품 경쟁력 △최적의 사업포트폴리오 △승자독식·소비쏠림 시대의 도래 등을 꼽는다.
◆초긴장의 리더십
이건희 삼성,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의 ‘초긴장 리더십’은 위기일수록 강해지는 DNA를 조직에 심어줬다.
2010년 3월 경영에 복귀한 이 회장은 ‘위기경영’을 들고 나왔다. “지금이 진짜 위기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들이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게 그의 경영복귀 일성이었다. 애플을 추격할 수 있는 전환점을 만들어낸 것도 이때부터다. 3개월 뒤 삼성은 갤럭시S를 내놓고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유일한 대항마로 등장했다. 작년에는 연간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애플을 제치고 최강자에 올랐다.
현대·기아차는 정 회장 특유의 뚝심에서 나온 품질경영을 기반으로 글로벌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정 회장은 무고장률(신차가 3년 내 한 번도 고장이 나지 않는 비율)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그가 2000년 품질경영을 선언할 때만 해도 현대차의 무고장률은 17%였지만 올해 78%로 높아졌다. 신종운 현대차 품질경영 담당 부회장은 “사람을 바꾸면 2~3배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생각을 바꾸면 10~20배 효과가 난다”며 “정 회장의 품질경영 기반은 의식의 혁신이었다”고 전했다. 정 회장이 임원 수시 인사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 것은 잘 알려진 얘기다.
◆탄탄한 글로벌 제품 경쟁력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는 내수 침체 속에 해외 실적 호조로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자를 압도할 수 있는 생산 및 제품 경쟁력을 갖춘 덕분에 해외에서 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두 회사의 해외 매출 및 판매비중이 이를 잘 말해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 165조원 중 84%인 138조5000억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전체 판매량(218만2768대)의 85%(185만4805대)를 해외에서 팔았다.
◆최적의 사업포트폴리오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경쟁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황금분할과 수직계열화로 불리는 독특한 사업구조다. 삼성은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고준걸 로아컨설팅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기본경쟁력은 팹(반도체공장)에서 시작한다”며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세트제품까지 조화를 이뤄 상호보완이 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부품과 완제품의 품질관리가 쉽고 한 사업부의 실적이 부진해도 전체 실적엔 영향이 적다.
현대차는 세계 자동차업체 중 유일하게 철강에서 부품, 완성차까지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모든 요소를 자체 조달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었다. 철판생산→공장건설→부품조달→완성차생산→차량운반→할부 및 중고차판매의 수직계열화 그림을 완성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생산비용을 최소화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 경기침체 등 급변하는 경영환경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승자독식·소비쏠림 시대의 주인공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는 갈수록 짙어지는 ‘소비 쏠림현상’과 승자독식 논리의 최대 수혜업체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스마트폰 판매에서 애플을 거의 2배 차로 따돌렸다. 미국의 시장조사기업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가 26일(현지시간) 발표한 2분기 스마트폰 판매실적 자료에 따르면 삼성이 작년 2분기의 2.5배에 달하는 5050만대를 판매한 반면 애플은 28% 늘어난 2600만대 판매에 그쳤다. 삼성 점유율은 1년 새 18.3%에서 34.6%로 뛰었고 애플은 18.4%에서 17.8%로 떨어졌다.
현대·기아차는 글로벌 소형차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 최대 격전지인 미국에서 지난 6월 소형·준중형·중형 세 차급이 모두 판매 1위에 올랐다. 기아차 쏘울은 미국 소형 박스카 시장 점유율이 82%에 이른다. 현대·기아차는 올 상반기 중국 소형차시장에서도 GM, 폭스바겐을 제치고 1위를 달렸다.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 수입차 시장에서도 도요타를 제치고 상반기 판매 1위에 올랐다.
이건호/강영연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