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이 이상득 전 의원(77·구속 기소)에게 건넸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비자금 3억원의 향방에 대해 ‘정치권으로 간 돈’이라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설범식) 심리로 27일 열린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신한은행 비서실 소속 A씨는 “3억원이 정치권으로 넘어갔다. 민감한 문제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A씨는 2008년 초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현금 3억원을 준비해 포장하는 일을 담당했고, 이백순 전 신한은행장이 이 돈을 같은 해 2월 서울 남산자유센터 주차장에서 정체 불명의 차량에 전달할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다. A씨는 “상사가 돈을 포장하라고 지시해 처음에는 신문지로 포장했으나 ‘신문에는 날짜가 나온다’는 지적을 받고 포장지로 바꿨으며, 이 전 행장이 돈 전달을 끝낸 후에는 ‘오늘 건은 못본 것으로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또 “일본 체류 당시 찾아온 회사 선배 이모씨는 ‘3억원에 대해 이 전 행장은 모르는 일로 하기로 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지 말고 미국으로 도망가 있어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현재 재판부에는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는 신청이 들어와 있어 재판부의 채택 여부가 주목된다.

신한은행 3억원 의혹은 라 전 회장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 축하금 명목으로 이 돈을 준비해 이 전 행장을 통해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