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로 3시간30분이면 갈 길을 장장 6시간 동안 시속 50㎞로 달리는 열차가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잇는 유일한 철도 노선 ‘경전선 열차’다. 경남 밀양의 삼랑진역에서 광주의 송정역까지 가는 동안 창원 마산 진주 북천 횡천 하동 광양 순천 벌교 보성 화순 등 경상도와 전라도의 크고 작은 역들을 지난다.

경부선 철도가 개통된 1905년 문을 연 삼랑진역에는 증기기관차가 다니던 시절의 흔적인 급수탑도 마스코트처럼 남아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향수를 부르는 기차여행, 맛은 덤이요!’라는 테마 아래 8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경남 밀양 삼랑진역과 동해남부선 포항역, 충남을 여행하는 장항선, 중앙선 풍기역, 섬진강의 인심과 별미가 가득한 전남 곡성역 등 5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750리 경전선의 시작점, 삼랑진역

삼랑진읍 용전리 만어산에 있는 만어사의 종소리 나는 바위는 보고 또 봐도 신기하다. 이왕이면 4, 9일 열리는 장날에 맞춰 가서 장터의 명물인 찹쌀도넛과 어묵, 선지국수도 맛보자. 20분 거리의 밀양에서는 조선후기 걸작으로 손꼽히는 영남루에 올라 시원한 밀양강 전망을 즐기고, 차가운 계곡물에 발도 담가 보면 좋겠다. 표충사 계곡과 밀양시 산외면 남기리의 기회송림은 캠핑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밀양시청 문화관광과 (055)359-5644

◆바다와 계곡 함께 즐기는 포항역

부산진역에서 시작해 해운대역, 송정역, 울산역, 불국사역, 경주역 등을 지나 포항역까지 동해안의 남쪽 해안 지역을 달리는 동해남부선. 짧게나마 바다를 보며 달리는 구간이 있어 국내에서 가장 낭만적인 철로로 불리기도 한다. 동해남부선의 종착역인 포항역은 여름여행의 시작이다. 포항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북부, 월포, 칠포 등 해변과 해수욕장이 잇따라 나타난다. 북부 해변은 카페와 레스토랑, 횟집 등 유흥시설이 밀집해 젊은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다. 월포와 칠포는 한적한 바다를 즐길 수 있어 좋다. 폭포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내연산 계곡에서는 장쾌한 물소리가 무더위를 잊게 해준다. 출출할 때는 시원한 물회 한 그릇이 제격이다. 포항시청 관광진흥과 (054)270-2371

◆허리띠 풀고 떠나는 ‘장항선’ 여행

90년 역사의 장항선은 충남의 평야지대를 덜컹거리며 가로지른다. 장항선 열차가 지나가는 예산역, 삽교역 일대는 어디서 내리든 고요한 호수, 오래된 고택과 사찰, 맛집 골목들이 어우러져 여유롭다. 삽다리 곱창, 광시 한우, 수덕사 더덕산채정식 등 먹거리도 다채롭다. 예산역 남쪽의 예당국민관광지구에서는 예당호, 봉수산, 느린꼬부랑길이 한가로운 여행을 돕는다. 삽교역에서는 추사 생가와 수덕사 등을 둘러보기에 좋다. 삽교역 인근 삽다리 곱창과 수덕사 앞 더덕산채정식 역시 여행을 맛을 더한다. 예산군청 녹색관광과 (041)339-7313

◆과거로의 여행, 중앙선 풍기역

서울 청량리역과 경북 경주역을 잇는 중앙선의 풍기역은 이 노선을 오가는 모든 기차들의 휴식처이자 물 보급소 역할을 해왔다. 증기기관차가 죽령을 넘으려면 이 역에서 물을 보충해야만 했다. 역 광장에 우뚝 선 급수탑과 증기기관차를 보면 당시의 위용을 짐작할 수 있다. 역사 옆에는 새마을호 열차를 개조한 선비객차가 있는데 풍기역에서 내일로티켓을 산 여행자와 단체여행자들의 쉼터다. 역사를 나서면 곧바로 풍기인삼시장. 인삼으로 유명한 고장이니 인삼으로 만든 다양한 음식도 맛볼 수 있다. 27번 버스를 타고 돌아보는 순흥면사무소와 봉도각공원, 소수서원, 선비촌, 부석사는 영주를 대표하는 관광지다. 영주시청 관광산업과 (054)639-6603

◆섬진강 인심과 별미 가득한 전라선

전북 익산과 전남 여수를 잇는 전라선이 지나가는 곡성역. 곡성읍내에는 곡성역이 두 개다. 신역과 구역인데 1999년 지은 새 역사에는 전라선 무궁화호, 새마을호, KTX가 정차하고 옛 역사에서는 가정역까지 달리는 증기기관차를 탈 수 있다. 새 철로와 옛 철로는 모두 섬진강 및 17번 국도와 나란히 달린다. 추억으로 가득 찬 증기기관차, 페달로 움직이는 레일바이크는 추억 속으로 안내한다. 참게탕, 은어회, 돼지석쇠불고기 같은 별미까지 곁들이면 맛있는 남도여행이 된다. 곡성군청 관광과 (061)360-8385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