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덕지구의 최대 단지인 고덕시영 아파트 재건축이 소송에 발목을 잡혔다.

29일 고덕시영재건축조합 등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방법원 15민사부는 서모씨 등 13명이 고덕시영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을 상대로 낸 ‘총회 무효 소송’에서 지난 24일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공사비가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3분의 2가 아닌 절반의 동의만 받았다”고 원고 승소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막바지 단계에 와 있던 재건축 사업이 늦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고덕시영은 당초 8월 중 강동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후 이주를 마치고, 관리처분총회를 거쳐 이르면 내년 2월 철거 및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지난해 말부터 선이주를 실시, 전체 2500여가구 가운데 90%가량이 비어 있다.

선이주에 들어간 단지가 소송에 발목을 잡히는 사례가 잇달아 나오면서 무분별한 선이주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가락시영아파트는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 컨소시엄으로 계약했다가 조합원 분담금이 크게 늘면서 비상대책위원회가 조직돼 소송을 제기했고, 사업승인이 무효판결을 받으며 재건축이 중단된 바 있다.

사업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이주비에 대한 이자비용만 한 달에 10억여원을 지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가락시영은 8월부터 선이주를 재개할 예정이고 한강변의 신반포1차 아파트도 관리처분총회를 하기 전에 이사부터 할 계획이다.

부동산 전문인 최광석 변호사(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는 “분담금 내역을 정하지 않고 선이주를 했다가 나중에 소송에 발목이 잡히면 이주비 이자 부담은 고스란히 조합원이 감당해야 한다”며 “관리처분 총회를 통해 추가분담금을 확정한 후에 이주에 들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고덕시영의 경우 조합원들이 면적별로 2억원에서 3억3000만원을 이주비로 받은 상태여서 소송 사태로 재건축이 지연되면 조합원들이 늘어난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