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0일 국내에서 삼성-애플 간 특허소송 선고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이들을 대리해 법정공방을 펼쳤던 로펌의 법률 전문가들에게 관심이 쏠린다.

애플을 대리한 김앤장 측은 “갤럭시 제품이 바운스백 등 특허권 4개와 디자인권 6개를 침해했다”며 삼성전자를 대리한 율촌 변호사들에 공격을 퍼부었고, “전송효율을 높이는 통신표준특허 등을 침해했다”며 역시 삼성을 대리한 광장 변호사들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는 등 1 대 2의 대결을 펼쳤다.

1년여 동안 치열한 난타전을 진두지휘한 대표선수는 김앤장의 장덕순 변호사, 광장의 권영모 변호사, 율촌의 유영일 변호사. 출신은 3인3색(장 변호사 서울대 법학과, 권 변호사 서울대 화학공학과, 유 변호사 서울대 영어영문학과)이지만 특허 한우물을 판 덕에 특허소송에서 국내 1인자 자리를 놓고 다툰다.

장 변호사와 권 변호사는 20년 가까이 한솥밥을 먹던 동지에서 적으로 변한 사이다. 두 사람은 권 변호사가 변호사 생활에 첫발을 내디딘 1987년부터 중앙국제법률사무소에서 함께 일했다. 장 변호사가 화우(2006년), 김앤장(2010년)으로 옮기면서 동지관계는 끊어졌지만 실제로 실력을 겨뤄볼 기회는 적었다.

LG화학-다우케미컬 소송에서 일합을 겨뤄 지난 2월 권 변호사(LG화학 대리)가 1승을 거둔 것이 두 사람 간 전적의 전부다. 이번 삼성-애플전은 장 변호사의 복수전인 셈이다.

권 변호사는 “삼성은 이번 글로벌 소송을 위해 각국에서 톱3 이내 로펌만 뽑은 걸로 알고 있다”며 “미국의 퀸이매뉴얼, 영국의 브리스토 등 내로라하는 9개국 로펌 30여명 변호사들과 함께 전략을 짜고 토론하면서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와 유 변호사는 사법연수원 동기(14기)다. 유 변호사는 특히 외무고시에도 합격하는 등 경력이 화려하다. 그는 1985년 판사로 출발했는데 법원행정처 초대 국제담당관, 특허법원 판사,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회의특별위원회 정부대표 등 폭넓은 경험을 쌓은 국제통이다.

2005년 율촌의 지식재산권 그룹장으로 합류한 이후 LG전자를 대리해 휴대폰카메라 내장기술 특허침해를 주장한 필립스 측 특허를 무효화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법정 구두변론은 가능한 한 직접 담당하며, 복잡한 특허기술을 숙지해 막힘없이 술술 풀어내는 변론이 장기다. 유 변호사는 “마지막 변론에서 지식재산권 독점과 공공영역 사유화를 추구하는 애플 측의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