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서울청년창업플러스센터. 이곳에 입주한 박현국 예비창업자(35)는 삼복 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박씨가 개발 중인 제품은 3차원 기술을 활용한 피규어인형. 뼈와 근육의 움직임을 볼 수 있는 교육용 인형이다. 그 옆에는 해병대 대위로 전역한 최진영 예비창업자(36)가 한방용 캡슐커피를 개발 중이다.

◆어디서 누가 뛰고 있나

숫자적으로 가장 많은 곳은 서울이다. 서울의 경우 서울시청년창업지원센터에서 1200명이 창업에 나서고 있다. 옛 마포구청사인 강북센터에서 600명, 문정동 가든파이브 내 강남센터에서 600명이 뛰고 있다.

청년창업플러스센터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청년창업자도 200명에 이른다. 김희정 퍼니스 사장(29)은 이곳에서 창업, 벌써부터 실적을 올리고 있다. 유아용 건강침구를 개발한 김 사장은 “월 700만~800만원어치씩 팔고 있다”고 말했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작년까지 경기도 안산 1곳에 있었으나 올해는 4곳으로 늘어났다. 경산 창원 광주에서도 이 과정을 열었다. 전체 입소 인원은 현재 180명이지만 조만간 200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곳에선 월마트에 납품 준비중인 이상민 하이브 사장(26), 김승직 하심 사장(28), 김준웅 엑센 사장(35) 정경채 예비창업자(28)가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 사장은 소형 전동드라이버, 김승직 사장은 교육용 한옥, 김준웅 사장은 실내환경 측정장비, 정씨는 개인정보데이터 완전 삭제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이 밖에 대구 경주 김천 울산 포항 광양에서도 20~150명의 청년들이 창업지원센터에서 전기 전자 정보기술 소프트웨어 신소재 등의 분야에서 신제품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최근 2~3년 새 생긴 기관들이다.


◆왜 청년창업인가

1955년생인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만든 것은 1976년이었다. 이때 잡스의 나이는 21세였다. 애플의 현재 시가총액은 5000억달러를 넘는다. 잡스와 동갑내기 빌 게이츠가 하버드대를 중퇴하고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것은 1975년. 그의 나이 20세 때였다. 하버드대 재학생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개설한 것은 2004년 2월 초. 20세가 채 안됐을 때다. 스마트폰·컴퓨터 운영체제·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세상을 바꾼 이들 3대 천재 기업인의 창업은 20세 안팎에 이뤄졌다.

한국의 간판 벤처기업인들의 창업은 이들보다 열살 정도 늦은 30세 전후에 시작됐다. 작년 매출이 8673억원에 달한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이나 연간 1억달러의 절삭공구를 수출하는 와이지원의 송호근 사장이 창업한 것은 29세, 남민우 다산네트웍스 사장은 31세,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은 34세에 창업했다. 이들은 각각 수백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

청년들의 기술창업은 2001년을 고비로 벤처버블이 꺼지면서 크게 줄어들었다. 성광제 KAIST 기술경영대학원 교수는 “KAIST 학생 중 창업의 꿈을 갖고 있는 학생은 100명 중 두세 명이 될까 말까 할 정도로 극소수”라며 “요즘 정부 주도의 청년창업정책 등의 여파로 창업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 조금씩 늘곤 있으나 여전히 발을 내딛는 경우는 아주 적다”고 말했다.

◆관(官) 주도 청년 창업, 후유증 없나

일각에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 관 주도의 창업 활성화가 자칫 청년들을 리스크가 큰 창업으로 내몰아 신용불량자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한 중견기업인은 “청년들이 사회 물정을 얼마나 안다고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창업을 부추기냐”며 반대한다. 이런 지적의 배경에는 일단 망하면 자기 자신이 ‘신용불량자의 덫’에 걸릴 뿐 아니라 연대보증을 선 친인척까지 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이런 고리를 끊는 대책을 최근 내놨다. 하지만 이들 대책이 만능열쇠일 수는 없다. 자금지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글과컴퓨터 사장을 지낸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은 “뛰어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는 청년들에게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 예산보다는 성공한 기업인들이 창업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낙훈 중기전문·은정진 기자 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