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그룹 계열의 국내 최대 자동차 부품업체인 만도 노조(전국금속노동조합 만도 지부) 산하의 4개 지회 중 평택(경기)·문막(강원 원주) 지회장이 김창한 노조위원장에게 반발, 29일 전격 사퇴했다. 노조의 전면 파업과 회사 측의 직장폐쇄로 충돌을 빚고 있는 만도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지 관심이 쏠린다.

오진수 만도 노조 평택지회장과 김일수 문막지회장은 이날 “김창한 지부장의 독선과 오만이 노사 관계를 파탄시켰다”는 성명서를 내고 사퇴를 선언했다. 이들은 “간부들이 깁스코리아 인수 요구를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의 핵심 쟁점으로 삼지 말 것을 요구했음에도 쟁점화했다”며 “실질적인 교섭이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6월14일부터 무리하게 집단행동에 돌입, 불법이라는 명분을 회사 측에 제공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돌아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김 지부장이 직장폐쇄에 따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금속노조와의 공동기자회견을 결정하는 등 독선적으로 지부운영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만도는 ‘2사 1노조’의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다. 노조는 산하에 평택·문막·익산지회 외에 협력사인 깁스코리아(옛 만도기계 주조 사업부) 지회를 두고 있다. 평택지회와 문막지회에는 각각 852명, 878명의 조합원이 소속돼 있다. 평택과 문막지회장에 이어 익산지회장도 사퇴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어 깁스코리아 인수 문제로 촉발된 노사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앞서 만도 노조는 지난 26일 회사 측과의 교섭이 결렬된 뒤 여름 휴가(7월30일~8월3일)를 앞둔 27일 전면파업에 들어갔고 사측은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는 임금 인상 외에 △깁스코리아 인수 △평택공장(제동장치 사업본부) 외주화 철회 △노조 요구 시 창구 단일화 절차 없이 개별 교섭 △노조와 협의없는 취업규칙 개정 무효 등을 요구, 사측과 갈등을 빚어왔다. 직장폐쇄가 이뤄지자 만도 노조는 두 차례 쟁의대책위원회를 소집, 대책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일부 쟁대위원들이 노조 위원장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에 따르면 만도 노조원 2200여명은 지난달 14일 잔업및 특근 거부를 시작해 44일간 부분파업과 고품질 투쟁을 벌여 생산 차질이 빚어졌다. 회사 측은 재고 부품이 하루치 이하로 줄어들자 직장폐쇄를 하고 사무직원들을 투입,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만도는 현대·기아자동차,쌍용차, GM, 크라이슬러, 폭스바겐 등 국내외 업체에 브레이크, 조향장치, 현가장치 등을 공급하고 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